고금리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6%대 이하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성 대출이 다음 달 시행된다. 오는 9 월 말 접수를 시작해 내년까지 약 8조5000억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4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받은 변동금리 대출을 연 4% 이하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서민용 ‘안심전환대출’도 다음 달 출시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대출 갈아타기(대환) 프로그램을 출시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코로나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대폭 완화된 5월 이전에 받은 대출이면서 금리가 연 7%를 넘으면 신청 가능하다. 이번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고금리 대출을 신용등급에 따라 연 6.5%(보증료 포함) 이하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개인사업자는 최대 5000만원, 법인 소상공인은 1억원까지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및 법인 소기업의 금리 7% 이상 신용·담보대출 규모는 지난 2월 말 기준 21조9000억원, 48만8000건이다. 이 중 약 82%(금액 기준)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에 몰려 있다.
자영업자 대출 갈아타기 대상은 은행 및 저축은행, 카드·캐피털사,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 보험사 등에서 취급한 사업자용 신용·담보 대출 등이다. 빚을 갚을 능력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고 대출 연체 등을 해서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대출자는 조만간 추가로 발표할 ‘새출발기금’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서민용 대출 갈아타기 프로그램인 안심전환대출 접수는 다음 달 시작된다. 금리 상승 위험이 큰 변동금리 대출을 연 3.8%(만기 10년)~4%(30년)인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저소득 청년층(연소득 6000만원, 만 39세 이하)에 대해선 0.1%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해준다. 올해 공급 규모는 25조원어치다. 신청은 9월 15일~10월 13일 받는다. 선착순은 아니고, 신청을 다 받고 나서 집값이 낮은 순서대로 대출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대출은 최대 2억5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안심전환대출은 조건은 좋지만 대상자 선정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연소득(부부 합산) 7000만원, 주택 가격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해 서울 아파트의 경우엔 대상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 회사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 4억원 이하 비율은 1.2%에 그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에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은 어려운 서민에게 특화된 정책 상품인 만큼 무한정 공급할 수는 없다”며 “다만 내년에 계획된 추가 20조원 안심전환대출 공급 때 주택 가격 상한을 9억원 정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올해 안심전환대출로 23만~35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은행권은 2020년 초 코로나 확산 이후 시행해온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9월에 종료됨에 따라 취약 계층을 위한 자율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커진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해 취약 대출자 지원과 사회공헌사업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은 신용도가 낮지만 이자를 성실하게 내온 대출자가 개인 신용대출을 연장하는 경우 은행별로 설정한 특정 금리를 넘는 이자분을 감면하는 프로그램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