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2P(개인간 금융)업계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13일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국내 온투업 등록업체 48곳의 지난 11월 기준 대출 잔액은 1조3808억원으로 전달보다 1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하며 총 300억원 줄었다. 48개 업체 중 작년에 흑자를 거둔 곳은 6곳 뿐으로, 흑자규모가 4000만~5억원으로 영세한 수준이다.
대출 규모가 줄어들자 중소형 온투업체들은 인력을 줄이면서 버티거나 일부는 영업을 종료하고 있다. 11월 대출 취급액 기준 업계 7위인 그래프펀딩은 지난 8일 문을 닫았다. 코스닥 상장사 비트나인이 올해 9월 인수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뚫어보려 했지만, 결국 영업 악화로 3개월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국내 온투업 1위 업체인 피플펀드도 지난 10월 10~12%의 인원을 감축하고,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했었다.
온투업계에서는 대다수 업체가 금융위원회의 자본금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문을 닫을 것이란 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에 등록한 온투업체 36곳 중 7곳은 자본금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2년 연속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되는데, 이들 7개 업체의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667억원에 달한다. 7곳 모두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해 내년 상반기 폐업하면 약 47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이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 규제 완화로 지원 나설 듯
금융위원회가 P2P 업체에 금융회사들이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고 개인들의 투자한도도 지금보다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 때문에 일부 업체가 폐업하는 등 자금난을 겪는 P2P 업계를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새롭게 출현한 금융서비스가 시장 안정성을 토대로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개선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개인들의 투자금을 모아 돈이 필요한 개인에게 빌려주는 P2P는 모든 영업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법적인 공식 용어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으로 부른다. P2P업체들은 연 10~15% 금리로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에서 중금리 대출 공급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왔다.
금융당국은 최근 P2P 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규제 완화와 관련한 요구 사항을 수렴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온투업 상품에 금융회사가 투자를 할 수 없도록 막혀 있는 것이다. 온투업법 자체는 금융회사 투자를 허용하고 있지만, 은행·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을 규제하는 법률과 충돌되는 부분이 상당수 있어 기관 투자가 막혀 있다. 업계에선 결국 ‘큰손’인 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해야 P2P 업체들의 자금난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3000만원(부동산상품 1000만원 이하)까지인 개인투자자 투자한도를 5000만원까지 늘리는 것도 업계가 요구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 두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내년 상반기까지 이를 허용하기 위한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 토스 등 외부 플랫폼에 광고를 허용하고, 중앙기록관리기관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신규대출금액의 최대 0.24%)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규제 완화 효과있을까
금융권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규제를 푸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P2P 업계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이 규제 완화에 나서겠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P2P 업체의 주요 기관투자자로 예상되는 저축은행·대부업체 등이 시큰둥한 반응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법적 문제가 꽤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안 그래도 최근 부실률 관리 때문에 골치가 아픈 2·3금융권에서, 굳이 P2P업체에까지 투자를 확대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