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배당이 적은 것은 세금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이사회도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창환(37·사진) 대표는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대주주의 이익만 관철되는 국내 기업들이 많다. 자본시장 선진국에선 당연히 보호받는 일반 주주들의 가치가 너무 무시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 특수를 타고 국내 개인 투자자 수가 140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기업에 대한 소액 주주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KB·신한 등 주요 국내 금융지주 7곳에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 환원하라”는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은행과 비슷하게 돈을 벌면서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이유였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해외 은행들은 지난 2021년 당기순이익의 64%를 주주에게 돌려줬지만, 국내 은행들의 주주환원율은 24%에 불과했다. 그는 “각 지주사가 오는 2월 9일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요청했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이를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한 것이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배당소득세율은 15.4%(지방세 포함)로 높지 않다. 하지만 대주주들은 배당금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되기 때문에 소득세 최고세율인 49.5%(지방세 포함)를 적용받는다. 배당금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낼 정도로 세금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기 때문에 대주주들이 배당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주주가 배당에 소극적이면 회사 경영진인 이사회라도 대신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사회가 대주주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것이 한국적 현실”이라며 “현행 상법과 판례상 이사는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만 있고,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사들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판례로 확립된 미국은 다르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대주주가 배당을 꺼려도 이사들이 주도해 배당 결정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사들이 주주들로부터 천문학적 금액의 민사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를 거쳐 2012년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서울사무소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동학 개미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주주 행동주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KKR을 나와 얼라인파트너스를 차렸다. 그는 “한국이라고 소액주주 권리 보호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법률과 소송 절차 개선으로 주주들이 배당을 거부한 회사에 거액의 승소를 거두면, 굉장히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