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송유림 연구원

“고금리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위기 여파로 올해 국내 건설사 분양 실적은 작년보다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해외 건설 시장에 주목해야 합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올해 건설주 투자의 관건은 중동을 비롯해 해외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건설 공사의 수주 실적”이라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국내 건설 경기 부진이 올해도 계속되면서, 국내보단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송 연구원은 조선일보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공동 주관한 ‘2022년 리서치 우수 증권사 및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건설·리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건설 업종을 주로 분석한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해외 건설 발주 시장은 부쩍 활발해질 전망이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막대한 ‘오일 머니’를 벌어들인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각종 석유·화학 시설들을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통상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 중반만 돼도 중동 국가들의 건설 여력이 양호한데, 작년엔 대부분 기간에 80달러가 넘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해외 건설 호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 목표액은 각각 10조5000억원, 8조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매출은 주택 분양 경기 위축으로 저조할 것이라는 게 송 연구원의 분석이다. 점점 더 오르는 국내외 기준금리 때문에 분양 주택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금융 비용이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현장에서 가능한 한 분양 일정을 늦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 4개 건설사의 올해 분양 계획은 6만8000가구인데, 이는 작년 분양 실적(8만5000가구)보다 약 20% 줄어든 수치다.

다만 국내 주택 건설 시장 중 그나마 ‘선방’을 노릴 수 있는 것은 신규 수주보다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 정비 사업이라고 했다. 도시 정비 사업도 전체적으로 부진한 분양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이주·철거 단계 이상 진행된 현장은 이주민 대출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분양을 빨리 끝마치려 한다는 것이다. 마치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송 연구원은 “종합하면 올해 건설 종목 투자에서 ‘공격’은 해외 건설 수주가 이끌고, ‘방어’는 재건축·재개발이 맡을 것”이라고 했다. 공수 역할을 맡은 해외 수주와 재건축·재개발의 선전 여부에 따라 주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건설 자재 종목 중에선 가구나 창호 등 마감재 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송 연구원은 분석했다. 원자재 비용이 작년보다는 내려오면서 비용이 절감될 예정이고, 매출 물량도 현재 저점 구간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