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세계 투자시장의 ‘큰손’인 아랍에미리트(UAE) 국부 펀드들이 한국을 찾아 투자처를 물색하고 돌아갔다. 주요 관심 분야는 2차전지·바이오·농업 기술 등이었다. 지난 1월 한국·UAE 대통령은 UAE가 한국에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에 합의했고, 그 일환으로 UAE 투자 사절단이 방한한 것이다.
29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16일 기획재정부가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아랍에미리트·한국 소버린 투자 파트너십 포럼’에 UAE의 무바달라와 아부다비투자청(ADIA)·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 등 투자 기관 4곳이 참여했다.
무바달라는 이번 투자 협정에서 UAE를 대표해 투자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국부 펀드다. 세계적으로 2840억달러(약 380조원)의 자금을 운용한다. 영국 한 대학의 실험실에까지 투자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들은 한국의 에너지와 정보 통신 기술·농업 기술·생명공학·항공우주·K컬처 등 6분야를 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았고, 약 20억달러(2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는 UAE가 중국에 약속한 총투자액(50억달러)의 4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액(10억달러)과 비교하면 2배나 많다. UAE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합의한 300억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긴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에 한국 기업, 기관 40여 곳도 접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카카오헬스케어·CJ·하림·한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국민연금공단·한국투자공사(KIC) 등이 나섰고, 일부는 1대1로 협의했다. 16일엔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만났고, 미래에셋자산운용·IMM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도 면담했다.
기재부와 한국 측 실무 책임 기관인 산업은행은 지난 3월 UAE에서 투자 대상을 조율하기도 했다. 정부는 다음 달 투자협력위원회를 열어 그간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투자할 만한 대상을 적극적으로 UAE 측에 알려준다는 방침”이라며 “투자 판단은 UAE 측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