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가계 대출 관리를 위해 막았던 유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을 5개월 만에 다시 시작한다. 새해 들면서부터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에 강화했던 대출 제한 정책을 풀고, 가산 금리를 내리는 등 대출 빗장을 조금씩 푸는 추세다. 해가 바뀌면서 관리해야 할 가계 대출 총량이 재설정돼 여유가 생겼고,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거세져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금리 인하 여력을 점검해보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도 대출 문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양진경

◇유주택자·비대면 대출 재개

우리은행은 21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구입 대출을 다시 취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유주택자의 전세자금 대출 취급도 재개했다. 작년 7~8월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당국이 압박에 나서자, 우리은행은 작년 9월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는데 약 반년 만에 다시 취급하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 제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 시중은행들은 가산 금리를 올려 대출 금리를 끌어올린 데 이어, 8월 말부터는 각종 대출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를 막겠다며, 집이 있는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것을 막았고,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 MCG) 적용도 제한했다. 이 보험이 없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그간 40~50년 수준이었던 주택담보대출 만기도 대부분 은행이 30년으로 줄였다. 이에 월 상환액 부담이 늘어나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게 됐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는 이런 기조가 달라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대부분의 은행에서 모기지보험 적용이 부활했고 비대면 대출이나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재개됐다. 작년 12월 중순 신한은행은 유주택자 전세 대출 취급을 다시 시작했고, 1억원으로 축소했던 생활 안정 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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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 금리도 내리는 추세

지난달부터 대출 금리도 소폭 내려가는 추세다. 시장 금리가 하락했고, 은행들도 가산 금리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내렸고, 이달 들어 KB국민은행도 일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조건을 충족하면 금리를 감면해주는 최대 한도를 0.1%포인트 더 확대했다.

다만 작년 말보다는 금리가 여전히 높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 4곳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5일 연 3.45~5.33% 수준에서 20일 연 3.5~5.32%로 하단이 소폭 올랐다. 고정형 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대외 불안정성에 연 3%대에서 횡보하기 때문이다. 반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산정 근거가 되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작년 12월 3.22%, 올해 1월 3.08% 등 4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기준 금리 인하가 시작된 만큼, 코픽스 금리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장 “금리 인하 여력 있다”

최근 가계 대출 증가세가 진정되자 당국도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월 전 금융권의 가계 대출이 전달보다 9000억원 줄며, 작년 3월 이후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은행 예대 금리 차가 너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올해 신규 대출 금리에서는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준 금리가 두 차례 내렸음에도 작년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대출 총량 한도가 새롭게 부여된 만큼 기준금리 인하분을 가산 금리에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