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여파로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금 사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리스크’가 이어지는 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금 시장 동향을 이렇게 전하면서 “산업용 금 수요도 증가 추세이므로 장기 투자자라면 자산의 10~20% 범위에서 금을 사둘만 하다”고 말했다. 한국금거래소는 전국 105개 직영점 및 가맹점과 41곳의 금융회사,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개인들에게 금·은·팔라듐·백금 등을 공급하고 수출도 하는 국내 대표적인 금 유통업체이다. 송 대표는 삼성전자와 삼성코닝을 거쳐 2012년에 한국금거래소에 합류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인터뷰에서 “향후 금값 상승 전망에 중년층 자산가와 MZ세대의 금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최근 금 시장 동향은?

“개인들이 금 사재기에 나서면서 작년보다 올해 금 판매량이 급증했다. 작년 2월 한달간 개인 대상 판매량은 91kg에 불과했으나 올해 2월은 715kg으로 약 7배 늘어났다. MZ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판매량은 작년 2월 2kg에서 올해 54kg으로 26배나 증가했다. 375g~1kg의 큰 골드바를 선호하는 중장년층 자산가 뿐 아니라 조각투자를 원하는 MZ세대까지 금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내가 이 업계에 들어온 이래 이런 골드 러시 현상은 처음 본다.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공급이 부족해 국내 금 시세가 국제 금 시세를 훨씬 윗도는 국내외 금 가격 괴리 현상이 크게 나타났다.”

―괴리 현상이 어느 정도인가?

“국내 금 가격은 대체로 국제 금 가격의 100.4~101%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1월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금 시장에 몰리면서 2월에 이 비율이 124%까지 높아졌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산업체용 금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에서도 금융권에 필요한 골드바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금 원가가 상승하면서 국내의 산업체, 귀금속 제조업자, 소비자들의 부담이 높아졌다. 해외 수입량 추가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 거래 때 세금 공제 혜택울 주는 고금의제매입공제 제도를 부활시켜 장롱 속의 금을 시장으로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겹치면서 금이 안전자산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금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골드바와 금거북이./뉴스1

―투자자들이 금 사재기에 나선 이유는?

“먼저, 3년 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 주변국에서 안전성과 환금성이 뛰어난 금 매입 수요가 증가했다. 또 미국 달러 중심주의에서 탈피하려는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 전쟁을 벌이자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급증했다. 뉴욕 금융업체들이 트럼프의 고관세를 미리 피하고, 가격이 높은 금 선물을 사는 대신 싼 금 현물을 보유하기 위해 서둘러 영국에서 값싼 금을 대규모로 미국으로 수입해 이동시키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한국 투자자들의 금 투자 열풍은 해외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해 국내 금 가격이 국제 금 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향후 전망은?

“현재 국제 금 가격은 1온스 당 2960달러까지 올랐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2890달러 선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유럽 및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하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위험 분산을 위해 금을 더 사들이게 되는데, 이것도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 금값은 연내 1온스당 3000달러를 무난히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이나 금이나 둘 다 채굴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 다만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폭이 매우 크다. 사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금은 산업이나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AI(인공지능), 반도체, 도금 분야에 사용되는 금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전쟁이나 재난으로 전기가 끊어져도 금은 화폐 기능을 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보다는 금 가격이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 매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개인들이 금 투자 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은행이나 전국의 금은방에서 골드바 같은 금 실물을 사는 것이다. 가장 많이 활용된다. 둘째, 한국금거래소에서 금 실물 대신 금 유가증권을 사는 것이다. 금 실물을 사면 금 가격의 17%만큼 부가가치세와 가공비가 더 든다. 반면 유가증권으로 사면 추가 비용이 6%에 불과하다. 셋째, 한국거래소(KRX)의 금시장에서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민영업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수백원 단위의 조각투자도 가능하다. 넷째, 증권사에서 파는 금 ETF(상장지수펀드)가 있다. 다섯째, 은행에서 골드바를 사는 골드뱅킹도 가능하다.”

MZ세대는 온라인 금 투자 플랫폼을 이용해 금 조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모바일 금 투자 플랫폼 화면.

―적절한 투자 시점은?

“금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므로 언제든지 사도 무방하다고 본다. 추정되는 육지의 금 매장량이 5만5000t에 불과하고 연간 신규 수요량이 4974t에 달한다는 점, 새로운 행성이나 해양에서 채굴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금이 필요한 신규 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사도 무방할 것 같다. 다만 최근처럼 단기 급등이 있을 때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와 충분히 조정을 거친 뒤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지금은 과열이 다소 진정된 것 같다.”

―추천할만한 투자 전략은?

“375g~1kg의 고중량 골드바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10~100g의 저중량에 분할 투자하는 전략이 좋다. 고중량보다는 저중량이 팔기 쉽기 때문이다. 1kg짜리 골드바는 금액이 1억6000만원에 달해 급전이 필요할 때 동네 금은방에서 서둘러 팔기가 쉽지 않다. 또 가공비가 많이 들어가는 금반지 같은 장신구보다는 가공 원가가 적은 골드바를 고객들이 더 선호한다.”

외신들은 중국에서도 국제 금 가격 상승에 따라 금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한다. 사진은 지난 2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한 금 거래 가게./EPA 연합뉴스

―투자시 유의점은?

“금 거래업체가 금 대금을 고객에게서 선불로 받은 뒤에 금 실물을 인도하지 않는 사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신뢰할 만한 회사와 거래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온라인 중고사이트를 통한 개인간 거래는 주의해야 한다. 중량이나 함량에 대한 품질보증도 잘 살펴야 한다. 소비자들은 금의 순도를 가려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골드바에 제조회사 이름이 노출되고 보증서가 잘 구비된 믿을 수 있는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은행을 선호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