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옥시아의 공장 전경

일본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가 상장을 연기한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불똥을 맞은 것이다.

28일 니케이는 키옥시아홀딩스가 10월 6일로 예정한 도쿄증시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복수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유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경영환경의 불안정성이다.

본래 키옥시아는 28일 공모가격을 발표할 예정이었고, 상장이 실현된다면 올해 일본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었다. 상장 관계자는 니케이 측에 “상장 자체를 철회한것은 아니고, 연말이나 내년초에 다시 타이밍을 잡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옥시아는 이달 15일 미국의 대(對) 화웨이 제재가 실행된 이후, 화웨이 측에 스마트폰용 낸드 메모리를 공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D램은 약하지만,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선 강자다. 올 1분기에 키옥시아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33.3%)에 이은 2위(19%, 이하 트렌드포스 집계)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10.7%의 점유율로 5위에 그친, 국내 SK하이닉스가 이 회사에 지분을 갖고 있다. 한때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와 손잡고, D램 뿐만 아니라 플래시메모리에서도 삼성전자의 맞상대로 클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던 이유다.

SK하이닉스는 2018년에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형태로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당시 SK하이닉스가 투자한 금액은 약 4조원(3950억원)이다. 당시 컨소시엄측은 키옥시아의 지분 49.9%를 확보했다. 반면 도시바는 키옥시아를 떼내면서도 40.2%의 지분을 유지했고, 또다른 일본 기업 호야가 9.9%를 가져갔다. 일본 측이 만의 하나 경영권 분쟁때 필요한 50.1%를 확보하는 모양새였다.

일부에선 이번 상장때 적정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2년전 한미일 컨소시엄이 키옥시아를 인수할때, 기업가치를 2조엔(약 22조원)으로 평가했는데, 현재 도쿄 증시에선 1조5000억엔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