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앱장터 수수료 수입 현황

온라인 플랫폼 독점 논란을 빚어온 미국의 IT 공룡 구글을 향한 ‘반(反) 구글’ 전선이 국내외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자사 앱 장터(네이버·카카오톡·멜론 등 여러 모바일 앱을 판매하는 온라인 공간)인 ‘구글 플레이’의 앱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앱 개발사들은 “플랫폼 갑질을 막자”며 반(反) 구글 전선 형성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28일 내년 10월부터 구글 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모든 결제는 무조건 자사 시스템(인앱 결제·IAP)을 사용해야 하고, 여기에서 수수료로 30%를 떼가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앱에 대해서만 강제 인앱 결제와 수수료 30%를 부과해 오던 것을 음악·동영상·웹툰 등 모든 앱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30% 수수료를 내기 싫으면 구글 플레이에서 떠나면 된다고도 했다. 업계에선 “검색·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고 유럽에선 수조원 과징금을 부과받은 구글이 이번에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앱 수수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세계로 확산하는 ‘안티 구글’

미국 게임 업체 에픽게임스, 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 등 앱 개발사 13곳은 지난달 말 구글·애플의 앱 수수료 정책에 반발해 ‘앱 공정성 연합(CAF)’을 출범시켰다. 구글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기업끼리 힘을 합친 것이다. 에픽게임스는 지난 8월 앱 수수료 문제로 구글·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CAF 는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등 앱 장터 원칙 10가지를 요구했다. CAF 측은 “구글·애플의 앱 장터가 없었다면 지금의 모바일 생태계도 없었겠지만, 이제는 구글과 애플이 그 생태계를 망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서도 스타트업 150곳이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을 결성했다. 전자 결제 업체 페이티엠은 최근 구글 플레이에 맞서 자체 앱 장터인 미니 앱스토어를 공개했다. 이 앱 장터에는 300업체가 등록했고, 사용자도 1억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최대 IT 기업 단체인 인터넷 모바일 협회(IAMAI)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구글이 디지털 생태계 관문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행동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내 게임·콘텐츠 개발 업체들도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공동 소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화난사람들’은 수수료 문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 위해 피해 업체를 모으고 있다. 대리인인 정종채 변호사는 “수수료를 올리고 다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시장 지배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내 일부 업체 사이에선 ‘구글 보이콧’ 움직임도 감지된다. 카카오는 사용자들이 구글 플레이 대신 국내 앱 장터인 원스토어에서도 자사 앱들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동안 웹소설·웹툰을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와 음원 서비스 멜론 등 카카오의 주요 콘텐츠 앱은 원스토어에서 이용할 수 없었다. 원스토어의 주주가 경쟁사인 네이버이기 때문에 원스토어에 앱을 공급하지 않은 것이다. 지니뮤직(KT), 벅스(NHN), 플로(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도 원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점적 위치에 있는 구글을 완전히 외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 수수료 인도만 6개월 유예?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답변하고 있다.

구글의 앱 수수료 인상 강행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구글이 인도에서만 수수료 인상을 유예하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5일(현지 시각) “구글이 인앱 결제 의무화 조치를 인도에서는 2022년 4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50곳 이상 인도 테크 기업이 정부에 모바일 생태계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청원을 넣자 수수료 인상을 6개월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에 대해 “기업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IT 대기업 임원은 “한국은 지난해 구글 플레이 매출이 6조원으로 미국·일본에 이어 셋째로 큰 시장인데 인도만 6개월 유예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구글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앱 장터 매출서 애플에 뒤진 구글

구글은 앱 수수료 확대에 대해 “지속적인 플랫폼 투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이 앱 장터 매출에서 애플과 격차가 커지자 앱 수수료 인상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구글은 전 세계 모바일 OS(운영체제)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 70%가 구글 플레이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앱 장터 매출에서는 이미 인앱 결제 의무, 모든 앱에 대해 수수료 30%를 부과해온 애플에 크게 밀린다. 올 3분기(7~9월) 구글 플레이는 매출 103억달러(약 12조원), 애플 앱스토어는 190억달러(약 22조원)를 기록했다. 구글로선 갈수록 모바일 앱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앱 수수료를 올리지 않으면 애플과의 매출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