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일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10조 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한 가운데, SK하아닉스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튀어올랐다가 전날보다 낮은 가격으로 떨어졌다.
20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8만 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보다 2200원(2.54%) 떨어진 가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요 경영 사안 공시로 주식 거래가 30분 동안 정지됐다가 오전 9시 30분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 개시와 함께 주가는 한때 9만 900원까지 약 5% 급등했지만,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크게 떨어졌다.
◇시장 반응 알쏭달쏭…"당장 수익내긴 어려울 듯"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는 인텔의 메모리 사업 전담부서인 ‘비휘발성 메모리 솔루션 그룹(NSG)’에 속해 있다. 하지만 NSG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적자를 이어왔고, 2019년 들어서야 흑자전환해 아직 불안정성이 크다는 평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모두 차세대 주요 먹거리로 비메모리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이미 포화 상태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투자를 했다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낸드플래시 2위 업체로 우뚝…"해볼만한 배팅"
다만 코로나 이후 비대면 기술이 확산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단숨에 글로벌 2위 낸드플래시 사업자로 부상한 만큼 기존에 개발한 128단 4D낸드 등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9.5%로 삼성전자·키옥시아·WDC·마이크론·인텔에 이은 6위였지만, 5위(9.9%)인 인텔을 인수하면서 2위로 도약함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중국 다롄 낸드 생산 시설과 낸드 관련 지식재산권(IP) 등을 즉시 확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외에 SK머티리얼즈, 솔브레인 등 국내외 낸드 관련 소재 업체에 대한 공급략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조원 이상을 낸드 사업에 투자하는게 부담스러운건 맞지만, 이 거래가 성사되면 낸드 업계의 과잉 투자가 줄며 장기적으론 안정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SK하이닉스는 그 동안 약점으로 거론된 기업형 SSD(eSSD) 분야에서 삼성의 뒤를 잇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기회를 잡을 수 있어 해볼만한 배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