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공룡인 구글에게 해체명령이 내려질까. 20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외신은 미국 법무부가 이날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소송이 미국 정부가 1998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제시한 반독점 소송 이후 가장 큰 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선탑재 위해 연 수십억 달러 뿌려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64페이지 분량의 소장에서 “20년 전 구글은 인터넷 검색에 혁신을 일으킨 실리콘밸리의 사랑받는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그런 구글은 이제 없다”며 “구글은 지난 수년간 검색 서비스과 검색광고 시장, 텍스트 검색 광고 시장에서의 독점권을 유지하고 확장하기위해 반경쟁적 전술을 펼치며 제국을 쌓아올렸다”고 썼다. 이번 소송에는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등 11개주가 동참했는데, 모두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구글이 검색광고로 쌓은 막대한 부(富)를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등에게 매년 수십억 달러씩 나누면서 자사 앱이 스마트폰에 선탑재된 상태로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했을 때 구글·지메일·구글지도와 같은 앱들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 자연스럽게 이들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당국은 구글이 이런 거래로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도태시켰다고 밝혔다.
◇구글-애플의 관계가 소송의 핵심
구글과 애플의 특수한 협력관계도 주목을 받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두 회사는 글로벌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양분하는 경쟁자인 것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구글 안드로이드 체제에 수차례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의 스마트폰에 구글의 브라우저인 크롬이 선탑재되도록 하는 대가로 최대 110억 달러(약 12조 5000억원)을 지불했다. 이로서 구글은 아이폰에서 생겨나는 각종 검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검색 광고에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WSJ는 “아이폰에서 이뤄지는 검색량은 구글 전체 검색의 절반을 차지하며, 애플과 구글의 협력관계가 반독점법에 걸릴 경우 두 회사 모두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구글은 이 같은 방법으로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88%를 장악하고 있고, 모바일 기기 검색 엔진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94%에 이른다. 사실상 신규 검색 서비스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측은 구글은 안드로이드 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는 구글 검색이 사전에 탑재될 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삭제할 수도 없게 조치한 것도 반독점 위반 사례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정부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미국에선 다음 혁신의 물결을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켄트 워커 구글 최고 법률 담당(CLO)는 “애플을 비롯해 다른 모바일 기기 생산업체와 구글이 맺은 계약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관행과 다를 것 없다”고 밝혔다. 구글측은 이어 “구글을 소비자들에게 무료 또는 아주 적은 돈을 받고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다”며 “소비자는 구글을 사용하는걸 강요 받은게 아니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98년 MS는 제재 비껴갔는데, 구글은?
미국은 현지에서는 이번 소송이 지난 1998년 이뤄진 MS에 대한 반독점법 소송을 뛰어넘는 대형 법정다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MS가 윈도우 운영체제에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며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브라우저는 검색 데이터를 흡수하는 주요 창구로, MS가 이를 통해 광고 사업에서 경쟁사를 제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MS와 지루한 법정 소송을 펼친 끝에 2002년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구글에게 즉각적인 타격을 주진 못할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다, 1200억 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구글로선 언제든 미국 정부와 합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을 2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표심을 고려한 정치적 행보로 이 같은 소송을 진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