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까지 서울 마포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우모(45)씨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영업을 중단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대신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던 다가구주택의 방마다 세입자를 받아,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수입은 1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이하다. 우씨는 “서울 도시 민박 1200곳 중 나처럼 문을 닫은 곳이 90%가 넘는다”며 “유일한 대안이 내국인 숙박인데 정부에서 이마저도 규제만 앞세워, 외국인 손님을 다시 받을 때까진 게스트하우스를 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국인도 연간 180일간 숙박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공유 숙박 업계와 모텔 업계에 한걸음씩 양보토록 중재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한걸음 모델’이다.

그런데 규제 완화 방안이 거꾸로 ‘규제 강화’의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우씨도 “일년의 절반인 180일만 영업하라는 걸, 규제 완화라고 생각하는 게 우습다”고 말했다. 실제로 2년 전 현재 우리나라 정부안과 똑같은 ‘180일 숙박 허용’이라는 정책을 편 일본에선 숙박 공유 시장이 망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숙박 공유 숙소가 반의반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 경제 키운다는 정부의 ‘규제 족쇄’

현재 내국인은 외국인 대상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민박을 이용할 수 없다. 외국인만 가능하다. 당연히 일반인이 빈집을 숙소로 제공할 수도 없다. 이미 대다수 소비자 사이에선 숙박 공유가 일반화됐지만, 법만 놓고 보면 회색지대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병) 이후에 정부가 내국인의 숙박 공유 이용에 대해 논의에 나선 배경이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유 숙박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기획재정부 주도로 만든 상생 조정 기구인 ‘한걸음 모델’은 숙박 관련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숙박 공유 업체, 숙박업중앙회 등을 한자리에 모아, 규제 완화안을 논의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5차 회의 때 잠정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내국인 허용’이란 규제 완화와 함께 ‘연 180일만 영업 제한’이란 조건을 다는 방안이 유력하다.

구철모 경희대 문화관광산업학과 교수는 “정부가 검토 중인 영업 일수 제한은 민박 운영자에겐 사실상 매년 적자를 보는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 숙박 공유 운영자가 연간 180일을 지켰는지 정부가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멀쩡한 숙박 공유 운영자를 대량으로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야스히로 가미야마 일본주택숙박협회 대표는 “일본은 2년 실행 결과, 민박 업소의 영업 일수 파악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숙박업을 하나의 사업으로 성장시키려면 180일 영업일 제한 규정은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191국에서 숙박 공유가 활성화됐지만, 실거주 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하면서 영업일수를 동시에 제한하는 나라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결론 앞두고 막판 고심하는 정부

상생조정기구인 ‘한걸음 모델’은 신규 혁신 사업의 시장 안착을 돕자는 취지의 제도다. 이해관계자와 충돌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뻔히 일본의 사례를 알기 때문에 ‘180일 규제의 부작용’을 알고 있지만 모텔 업계의 반발을 무시하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2의 타다’를 막자고 했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기존 사업자의 반발은 여전히 눈앞에 존재하는 것이다. 모텔 업계 등 기존 숙박 업계는 영업 일수 제한과 상관없이 내국인 숙박 허용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내국인 숙박을 허용하는 대신, 숙박 공유 업체와 민박 운영자들이 매출 일부를 떼서 상생기금으로 내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달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택시 업계에 휘둘린, 타다 논란 때와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숙박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중재안을 만들고 강제로 도장을 찍게 한 뒤, 성과로 자랑하려는 생각에만 급급하다”며 “관료들이 규제 일변도 사고를 바꾸지 않는 한, 국내에서 혁신 모델의 안착은 멀기만 한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