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국민이 생성한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막는 ‘데이터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민이 생성한 여러 데이터가 미래 산업과 AI(인공지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 원재료로 부상하면서다. 지난해 19억 달러(2조1400억원)였던 데이터 수집 시장 규모는 연평균 5.9%씩 성장, 2024년 26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AI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AI 학습’에 주로 사용된다. 뒤늦게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 정부들이 자국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무단으로 해외로 나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EU(유럽연합)의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EU와 미국이 2016년 맺은 ‘프라이버시 실드’ 협정을 지난 7월 무효 판결했다. 이 협정은 유럽 사용자의 개인 정보 등 사용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허락한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미국 IT(정보기술) 기업이 유럽인의 개인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4년 만에 무효 판결이 나왔다.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는 판결 직후 페이스북이 EU 지역 사용자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예비 명령했다.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의 조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쓰는 4억1000만명가량의 유럽 이용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데이터 보호주의의 일환이다. 미국은 중국의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과 메신저앱 ‘위챗’이 미국인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합·전송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이 두 서비스에 대한 제재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지난 9월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데이터 보안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주도 계획)’를 발표했다. 미국의 규제를 비판하면서 중국이 중심이 돼 여러 국가 간 이해관계를 반영한 글로벌 데이터 안보 관련 표준을 제정하자는 내용이다.

한국은 데이터의 해외 반출 관련 보호 제도가 부재한 상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도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 보장 확대를 위해 법·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