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는 한국 경제에도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가 되면서 기업 실적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있다. IT와 바이오·제약 업종은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3분기(7~9월)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호텔·정유·에너지 업종은 기업 절반 이상이 1년 전보다 못한 실적을 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대면이 큰 틀에서 기업 실적을 갈랐다. 여기에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코로나 생존법’을 터득하고 변화에 적응했는지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건설·화학·조선, 서비스인 유통 기업이 그랬다. 이 업종에선 2분기보다 나은 3분기 성적표를 낸 회사가 늘었다.

◇코로나가 불러온 업종별 양극화

본지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경영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기업 데이터 분석 회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 지난 6일 기준 올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228개 회사를 분석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업종은 IT·인터넷이었다. 228상장사 중 IT 관련 업체는 75곳이었는데, 이 중 55곳(73%)의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58.8% 증가한 12조3533억원을 기록했고, 카카오는 103.5% 증가한 1202억원을 거뒀다. IT 중소기업도 이익이 크게 늘었다. 국내 원격 근무 서비스 제공 업체인 알서포트는 3분기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40% 증가했다. 9일 실적은 내놓은 셀트리온은 매출 90%, 영업이익 138% 증가하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반면 정유와 철강 등 에너지·원자재 업종에선 여전히 부진한 기업이 많았다. 코로나로 항공유·선박유·휘발유 등 석유 제품 소비가 급감하면서 정유 업체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32%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은 9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포스코도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5000억원 정도 늘었지만, 1년 전보다는 감소했다.

호텔 및 레저 업종 기업들도 ‘코로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분석한 호텔·레저 기업 6곳 중 SK렌터카골프존만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늘었다.

◇건설·유통·조선 상반기보다는 개선

건설·유통·조선 업종은 상반기보다는 상황이 나아지는 모습이다. 건설·건축소재·자재 관련 업체 12곳 중 2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기업은 6곳이었는데 3분기엔 9곳으로 늘었다. GS건설은 매출이 5% 줄었지만 영업이익(2103억원)은 12.1% 증가했고, 대림산업 매출 2.7%, 영업이익 11.9% 증가했다. GS건설은 지난 6월 PC(프리캐스트콘크리트)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며 신사업을 강화했고, 대림산업도 합성 고무 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조선 업종은 올 들어 수주가 급감했지만, 작년까지 수주한 선박에서 매출이 꾸준히 발생했다. 매출이 1년 대비 5~15%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 개선을 이룬 것이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4% 증가했고, 작년 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삼성중공업은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유통업에선 조사 대상 업체 중 절반가량이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4억원, 당기순손실 1990억원을 본 롯데쇼핑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8% 줄었지만 11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분기 최대인 1조68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7% 감소했지만, 지난 2분기보다는 43% 증가했다. 업계에선 실적이 부진한 점포 폐점 등 코로나 사태에 발 빠르게 경영 효율화를 한 것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자동차 업종에선 12곳 중 5곳만 3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