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서 남몰래 ‘열일(열심히 일함)’하는 로봇이 있다.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라고 불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다. RPA는 사람이 반복 처리하는 업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한 것이다.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는 의미에서 ‘로봇’이란 명칭이 붙었다.

포스코ICT 직원들이 자체 RPA 설루션인 '에이웍스'를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포스코ICT

서류를 스캔해 내용을 파악하고, 회사 규정이나 법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실수로 숫자가 틀리게 입력된 것은 없는지 확인해 문제가 발견되면 사람에게 알린다. 최근에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능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면서 훨씬 복잡한 업무도 할 수 있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의 대출·자금 이체 서류와 보험사의 계약 서류 심사에 활용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국내엔 4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주로 금융권에서 비대면 고객 대응이나 계약 관리 업무 등에 쓰이다 최근엔 포스코, 서부발전, 삼천리 등 제조기업도 활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ICT와 삼성SDS, 그리드원 등이 RPA 기술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이 회사의 RPA 기술 ‘에이웍스’의 2.0 버전을 최근 내놨다. 기존 RPA의 문자 인식(OCR)과 텍스트 분석(TA)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채팅 로봇(챗봇), BPMS(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등의 기술과도 연계해 더 높은 차원의 자동화를 구현했다. 여러 대의 자동 프로그램(봇)들이 분·협업을 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앞으로 이를 클라우드로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SDS도 최근 AI를 적용해 기능을 대폭 개량한 자체 RPA를 내놨다. 딥러닝(기계 자기학습) 기반 이미지 인식과 텍스트 분석 등의 AI 기술을 적용해 판단과 심사, 평가 등의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RPA 전문 기업인 그리드원의 RPA 역시 AI를 적용, 금융과 보험, 여행 등 여러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