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 기업 중 하나인 칭화유니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17일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칭화유니는 지난 16일 만기 도래한 13억 위안(약 2196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한 만기 연장 요청이 최종 무산됐다. 부채 원금과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 앞으로 정상 영업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칭화유니가 당장 도산하지는 않겠지만, 자금난의 위기에 처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번에 만기 연장이 안된 회사채 2000억원 정도는 다른 곳에서 급히 수혈하더라도, 그 이후에도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회사채 만기 연장 실패…신용등급 하락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상하이은행이 주관한 채관단과의 회의에서, 칭화유니는 원금 1억위안(약 169억원)을 먼저 갚고 나머지는 6개월 뒤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 채권단의 86%가 동의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중국국제캐피털과 화타이증권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상황이 나빠진 칭화유니가 6개월 후에 돈을 갚을 능력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중국 금융 규정에 따르면 칭화유니와 같은 대규모 회사채의 만기 연장은 채권단 전원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반대표가 나오자 이날 채권단 화의에 참석한 법무법인은 만기 연장 협의가 결렬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채권 만기 요청이 무산되면서, 중국 신용평가사 청신국제는 칭화유니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칭화유니의 회사채 ’16즈광01′, ’16즈광02′ 등의 신용등급은 CC로 대폭 하락했다.
◇中 반도체의 현주소
칭화유니는 중국 최고 이공계 대학인 칭화대학이 설립한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이 기업은 학교에서 분리된 후 중국 국무원이 실제 경영권을 도맡게 된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그룹 산하에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 반도체 설계 업체 유니SOC 등이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받은 후, 칭화유니와 자회사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실현시킬 주인공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실제로 양쯔메모리는 충칭시와 함께 메모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8000억 위안(약 134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칭화유니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는데 실패했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했지만 오랜 기술과 노하우가 쌓여야만 돌파가 가능한 반도체 시장에서 단기적인 투자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점을 증명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자립'을 말하는 중국의 반도체 실력의 현주소가 어떤지 살펴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칭화유니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952억 7600만 위안 규모였던 적자는 2019년 1693억 2300만 위안으로 불어났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2020년 6월 말 기준 1566억 9100만 위안을 기록하며, 연말에는 지난해보다 훨씬 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회사가 메모리반도체, 클라우드 등 신사업 확장에 돈을 쏟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반도체 시장에서 제대로된 현금 창출 구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칭화유니, 정상적인 사업 불가능할지도
중국 지에멘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 1년 내로 만기 도래하는 부채 규모는 814억 2800억 위안(약 13조 7500만원)으로 전체 부채의 51.97%에 달한다. 향후에도 회사채 만기 요청이 잇따라 무산된다면, 칭화유니는 당장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금액을 토해낼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신문은 “당장 거액의 전략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칭화유니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이 일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CIB리서치는 “칭화유니의 채무는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영업을 지속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에 비해 이자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