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사업이 내년에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안타증권은 24일 ‘2021년 반도체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삼성전자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매출액이 올해보다 26% 증가한 21조2000억원, 영업이익이 52% 증가한 3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상 최대치다.
지난 5년간 연간 매출액이 15조원 미만으로 정체됐던 비메모리 사업이 올해 매출액 16조900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조원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유안타증권은 전망했다.
◇TSMC와 굳건한 양강체제 구축
근거는 삼성전자의 EUV(극자외선)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 경쟁력에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를 출범해 비메모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EUV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했고, 현재 5나노 공정 칩을 만들고 있다. 5나노 이하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세계에서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2곳뿐이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5나노 공정 수율 문제도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매분기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고성능 미세화 공정 요구가 큰폭으로 증가하며 삼성 파운드리 사업 성장률은 업계 평균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객사 추가 확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3.9%, 삼성전자 점유율은 17.4%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들어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며 파운드리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최첨단·주력 제품의 생산은 TSMC에 맡기고 보급형 제품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겼다면,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8월 삼성전자는 IBM의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인 ‘파워 10’을 수주했고, 같은 달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지포스 RTX 30’ 생산을 맡았다. 삼성전자와 퀄컴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업계에 따르면 퀄컴의 차세대 주력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건875(가칭) 생산도 삼성전자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과 업계에 따르면 올 4분기 삼성전자 EUV 파운드리 고객사 비중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5나노가 51%, 삼성 엑시노스 5나노가 39%, 엑시노스 7나노가 4%, 엔비디아 5나노와 기타가 3% 정도로 추정된다. 유안타증권은 “EUV 공정 도입으로 인한 미세공정 파운드리 경쟁이 TSMC와 삼성전자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지센서와 모바일 AP도 시장 확대
비메모리반도체의 한 종류인 이미지센서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사업도 긍정적이다.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가 줄면서 화웨이에 이미지센서를 납품하던 소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자리를 삼성전자가 치고 들어가는 중이다. 스마트폰의 ‘뇌’로 불리는 모바일 AP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에 AP를 납품해 점유율을 늘린다는 각오다.
유안타증권은 2022년에도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 매출액은 24조원, 영업이익은 5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