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앞에서 구글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회사 인공지능(AI) 기술 문제점을 지적한 직원을 해고해 또 한번 윤리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군사용 AI 개발, 임원 성추행 사건 등에서 불거졌던 구글 일방통생식 경영이 또 한 번 도마에 오른 것이다. 직원들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집단 행동을 시작했다. 일각에선 “전세계 인재를 흡수하던 구글의 명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I 기술 편향성 지적하자 해고

구글 부당 해고 논란은 구글 AI윤리팀에서 근무하던 팀닛 게브루 박사가 지난 3일 구글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개인 SNS에 밝히면서 시작됐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게브루 박사는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해터 구글에서 근무했다.

게브루 박사는 “구글 검색 AI 기술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게브루 박사는 해당 논문에서 구글 AI기술이 사람을 흉내내 가짜뉴스에 악용될 수 있고, 인종차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브루 박사는 “회사가 논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가 이를 거부하자 회사가 즉각 해고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구글 직원들은 회사에 공개 서한을 보내 “논문 사건에 대한 정보 전체를 공개하고, 연구 및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을 구글의 AI원칙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IStandWithTimnit(나는 팀닛 편에 선다) #ISupportTimnit(나는 팀닛을 지지한다) 등 게브루 박사를 지지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펼쳐졌다. 구글 내외부에서도 게브루 박사를 향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구글 사원 1500명 이상과 산·학계, 시민들 2100명 이상이 부당 해고에 반발하며 서명에 참여했다.

구글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구글 AI부문 책임자인 제프 딘 부사장은 “팀닛 게브루 박사는 내부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언어 모델의 편견을 완화하기 위한 최근 연구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게브루 박사가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향을 밝혀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또 내부 이메일을 통해 직원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더 이상 인재 유토피아 아냐”

구글은 최근 2~3년 사이 기업 윤리 문제로 내·외부의 비판 도마 올랐다. 지난 2018년 2월엔 미 국방부 군사용 AI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메이븐)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구글 직원 3100명은 “전쟁기술 개발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8월엔 직원 1400명이 중국 정부의 검열 기준에 따라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2018년 11월엔 핵심 임원 앤디 루빈의 성희롱 사건이 터졌다. 구글이 이 사건을 쉬쉬하자 전 세계 50개 도시의 구글 직원 2만명이 구글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 경제지 포춘은 “구글은 밀실에서의 의사결정,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대우 등으로 사내 반발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구글이 투명성과 자유로운 토론이라는 전통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기술자들의 유토피아로 여겨지던 구글의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