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텔을 차버린 것처럼 퀄컴도 차버릴 것.”

지난 10일 애플이 이 회사의 아이폰 스마트폰에 들어갈 5G(5세대) 통신칩을 직접 개발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IT(정보기술) 업계가 보인 반응이다. 퀄컴은 2000년대 후반 아이폰 시리즈 초기부터 애플에 통신 칩셋을 공급해왔다. 이는 퀄컴이 세계 최대 통신 반도체 전문 업체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IT 업계 뒤흔드는 애플

애플이 인텔·퀄컴 등 주요 부품사와의 관계를 끊고 자체 개발을 통한 홀로 서기에 나서면서 글로벌 IT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애플은 연간 2억대의 아이폰과 1500만대의 노트북PC(맥북)를 파는 대형 업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부품 개발과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 진출을 통해 공격적으로 자체 생태계 외연을 넓히기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IT 생태계 뒤흔드는 애플

애플의 CEO인 팀 쿡은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전문가다. 팀 쿡 CEO 10년 차를 맞은 올해 애플은 자체 CPU(중앙처리장치)가 적용된 맥북 출시, 자체 5G 모뎀칩 개발 착수 등에 나섰다.

우선 지난달 자체 CPU인 ‘M1’을 개발해 이 회사의 노트북PC인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등에 탑재했다. 애플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인텔의 CPU를 이용해왔다. 14년간 이어진 애플-인텔의 관계가 깨진 것이다. 애플은 내년에 M1보다 더 빠른 CPU를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인텔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에 불과하지만, 충격은 컸다. 애플의 ‘탈(脫)인텔’이 전 세계 PC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날 인텔 주가는 3.4% 급락했다.

갈수록 커지는 애플의 사업 실적

◇자체 CPU에 이어 통신·자율주행 칩까지

애플이 자체 5G 통신칩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도 시장을 흔들고 있다. 퀄컴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애플이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1위인 퀄컴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제품을 내놓으면 모바일 통신칩 시장의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자율주행 시스템용 반도체 개발에도 나섰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지난 9일(현지 시각) 애플이 대만의 TSMC와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AI) 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는 “이번 칩 개발을 통해 다른 완성차 업체에 애플의 생태계를 공급·확대하는 것이 애플의 목표”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애플이 직접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본업은 굳건하고 신사업도 폭풍 성장

애플이 이러한 자체 생태계 확대를 강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완제품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부품 영역으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이 있다.

올 10월 출시한 아이폰12는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애플이 코로나 사태에도 작년보다 2.7% 많은 2억270만대의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 팔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각각 전년 대비 판매량이 13.6%, 21.9%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신사업인 애플뮤직, 애플TV+ 등 서비스는 매년 16%씩 성장하고 있다. 2019년 3분기(7~9월)부터 올 3분기까지의 애플 서비스 사업 매출은 537억6800만달러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6.2% 성장했다. 업계에선 “애플은 자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완벽한 품질 관리를 중시한다”며 “반도체를 넘어서 디스플레이까지 애플 생태계를 지속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