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1’이 11일 개막했다. 코로나 사태로 54년 만에 처음 온라인으로 열리는 올해 CES는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홈'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인공지능(AI), IoT(사물인터넷), 5G(5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슬기로운 집콕 생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올해 CES에는 1900여 기업이 참가했고, 한국은 미국(570개) 다음으로 많은 341개 업체가 참여했다.
◇일상에 스며든 AI·로봇
삼성전자는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일상’이라는 주제로 스마트홈 기술을 발표했다. ‘스마트싱스 쿠킹’은 AI가 사용자 성향을 분석해 식재료 구매·조리 전 과정을 관리해준다. 평소 먹는 식단에 따라 부족한 식재료를 냉장고 외부 스크린에 표시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는 집안 곳곳을 다니며 카메라·센서로 반려동물 상태까지 살핀다. 일정과 건강을 관리해주는 로봇 ‘삼성봇 케어’와 식탁을 차리는 것까지 도와주는 가사 도우미 로봇 ‘삼성봇 핸디’도 등장했다.
LG전자는 ‘소중한 일상은 계속된다’는 주제로 음성 인식 냉장고, 충전과 청소기 먼지 처리를 한곳에서 해결하는 무선 청소기를 공개했다.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호텔·병원 등에서 스스로 경로를 설정해 방역을 하는 ‘클로이 살균봇’도 선보였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코로나로 일상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 시대에 소중한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온라인 전시와 별도로 서울 마곡 연구단지에 오프라인 전시장을 통해 첨단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스마트홈 기술을 공개했다. 침대에 누워서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로 날씨를 확인하는 ‘스마트 베드’, 벽면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운동하는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심박수 측정, 자세 교정까지 해주는 ‘피트니스 TV’도 시연했다.
◇스마트홈·비대면 기술 각광
스마트홈·비대면 기술을 공개한 해외 업체들도 관심을 모았다. 독일 주방·욕실 업체 콜러는 손을 대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터치리스(touchless·만지지 않는)’ 화장실을 공개했다. 지난 2019년 터치리스 부엌에 이어 ‘스마트 화장실’을 개발한 것이다. IBM은 있는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조리법까지 알려주는 AI 기술을 공개했다. 로레알이 개인별 맞춤형 피부 진단 기술, P&G가 비접촉식 스마트 체온계를 공개하는 등 소비재 기업들도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도 주목받았다. 일본 의료기기 업체 옴론은 24시간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혈압계를 선보였다. 미국 IT 업체 아이큐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로 시력을 검사하는 기술을, 영국 의료기기 스타트업 투스픽은 입안 사진을 찍어 올리면 6시간 내에 치과로부터 이상 여부를 진단받을 수 있는 원격 치과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국내 업체·기관도 기술력 뽐내
국내 중소기업, 연구기관들도 CES에 참가해 기술력을 알렸다. 한컴은 연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가정용 로봇 ‘토키2’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했다. 안면 인식 발열 감지 시스템 ‘하이달’, 자가 격리 대상자들에게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상태를 체크하는 ‘한컴 AI 체크25’ 등 코로나 방역에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기술도 선보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기존 GPU(그래픽 처리장치) 반도체보다 연산 효율성이 수십 배 높은 AI 반도체, 360도 전 방향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 소리로 무단 침입·화재를 감지하는 지능형 보안 센서 기술로 CES의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