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테크 공룡들은 더욱 공고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지난 4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사업 분야가 비(非)대면 분야에 집중돼 있어 코로나 사태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덕분이다.

페이스북은 작년 4분기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한 280억7000만달러(약 31조3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일 세계 곳곳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용자도 18억400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1% 늘었다. 넷플릭스는 4분기에만 유료 가입자가 851만명 늘어나면서 유료 가입자 2억명을 돌파했다. 애플도 4분기에 1114억달러의 매출과 335억달러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의 일상화로 애플의 데스크톱·노트북은 전년 동기 대비 21%, 태블릿PC인 아이패드는 41%나 매출이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일하고, 배우고, 교제하면서 애플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언택트 사업의 핵심인 클라우드(가상 서버) 사업이 급성장한 데다 게임기 엑스박스 판매가 크게 늘면서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년간 우리는 모든 회사와 산업을 휩쓸어버린 제2차 디지털 혁신 물결의 시작을 목격했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월가에서는 2일(현지 시각)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아마존과 구글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37%, 14%씩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두 인터넷 공룡은 포털과 메신저 서비스 외에도 웹툰, 동영상, 인터넷뱅킹, 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을 급격히 확산시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3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이달 9일 실적 공개를 앞둔 카카오는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