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IT·벤처 창업가들의 기부는 이제 한국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추세이다. 김봉진 의장에 앞서 지난 8일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0조원이 넘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전문가들을 직접 모아, 이들을 후원할 계획이다. 김 의장도 기부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더기빙플레지 서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도 2018년 본인과 가족이 가진 재산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을 내놓기로 하고 전국 주요 권역에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에는 대전충남 어린이재활병원, 2020년에는 서울대·넥슨 어린이완화의료센터 건립에 50억원씩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 청년 벤처 창업 기금을 조성해 새로운 창업가 육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옛 블루홀)의 장병규 의장도 지난해 1월 모교인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발전 기금 100억원을 내놓았다. KAIST 동문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기부한 것은 장 의장이 처음이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을 롤모델로 삼아 창업 시장에 뛰어든 한국의 창업가들이 ‘기부’와 ‘나눔’으로 대표되는 성공 이후의 문화까지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부를 물려주는 것보다는 사회에 환원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