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면 양자(量子)컴퓨터의 연산 성능이 수퍼컴퓨터를 앞지를 겁니다. 본격 상용화될 경우 신약, 신소재 등 첨단 기술 개발을 크게 앞당길 수 있습니다.”

IBM 백한희(왼쪽) 박사가 동료와 함께 양자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다. /IBM

글로벌 IT 기업 IBM에서 양자컴퓨터 연구를 이끈 백한희 박사는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인터넷 보안, 단백질 분자 구조 분석 등 미래 기술은 일반 컴퓨터로는 해결이 어렵다”면서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가 이런 난제들에 해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 박사는 IBM 연구 부서인 IBM리서치에서 양자컴퓨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 중역의 기술자문 역을 맡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 적용되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한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물질이 하나의 상태에 있지만, 양자물리학에서는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것처럼 두 상태가 중첩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는 전자의 유무(有無)에 따라 0과 1의 비트(bit)로 정보를 표현하고 계산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한다. 한 칸에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큐비트 개수가 많아질수록 2의 제곱으로 연산 속도가 빨라진다. 2비트는 2가지 연산을 하지만, 2큐비트는 동시에 4개의 연산을 수행하는 식이다. 백 박사는 “현재 IBM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65큐비트 수준”이라며 “오는 2023년이면 1000큐비트를 달성해 최고 성능의 수퍼컴퓨터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양자컴퓨터를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연구 성과를 올렸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큐비트가 중첩되는 양자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관건인데 과거엔 양자 상태 유지 시간이 1마이크로초(1000만분의 1초) 정도로 매우 짧았다. 백 박사는 큐비트를 구현하는 초전도 회로를 새로 설계해 양자 상태를 60배 정도 길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IBM은 백 박사의 연구 성과 등을 기반으로 복잡한 연산을 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IBM은 현재 삼성전자·엑손모빌 등 140개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 대학을 상대로 양자컴퓨터 연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IBM의 양자컴퓨터에 접속해 회사 연구개발에 필요한 계산을 할 수 있다. 백 박사는 “현재 양자 개념을 몰라도 양자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상용화 되어있어서 많은 개발자들이 양자컴퓨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