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또 하나의 투자 신화를 썼다. 오직 혁신성만 보고 적자기업 쿠팡에 3조원을 투자한 그의 뚝심은 이번에 35조원이라는 거대한 평가차익으로 보상받았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총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쿠팡 지분은 38%다. 11일(현지 시각) 쿠팡의 시가총액이 886억5000만달러까지 오르면서 소프트뱅크가 가진 쿠팡 지분 가치도 336억8700만달러(약 38조원)로 껑충 뛰었다.
손 회장의 투자는 소규모 소셜 커머스 업체로 시작한 쿠팡을 국내 최대 온라인 배송 업체로 키운 원동력이 됐다. 손 회장은 2015년 10억달러, 2018년 20억달러를 쿠팡에 투자했다. 손 회장은 초창기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혁신성을 높이 사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손 회장은 쿠팡이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손 회장은 “쿠팡은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압도적 1위로 성장하고 있다”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결국 미국 상장을 통해 대박을 일궈냈다.
손 회장은 2014년 중국 알리바바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때도 ‘잭팟’을 터뜨렸다. 2000년 중국 알리바바 마윈 창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200억원을 투자했던 그는 알리바바가 아시아 기업 중 최대 규모 상장에 성공하면서 투자금의 300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손 회장은 당시 투자 성공을 기반으로 비전펀드를 설립하고 글로벌 유망 기술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현재 비전펀드의 자금 규모는 1000억달러(약 110조원)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130개 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에겐 또 다른 대박이 기다리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업체 그랩이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와 합병을 통한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2018년 그랩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랩의 기업가치는 4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