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앱 ‘카카오T’의 본격적인 유료화에 나섰다. 이달 초 우버·타다 등 경쟁 서비스 가맹 택시 업체들에 “카카오T 호출을 받으려면 돈을 내라”고 통보했고, 일반 택시 기사들을 상대로도 월 9만9000원짜리 ‘우선배차권’ 월정 상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최근 우버·티맵모빌리티·타다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하자 가입자 2800만명의 카카오가 기선 제압을 위한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맞서 우버는 월 사용자 1300만명의 티맵 운용사 SK텔레콤과 손잡고 내달 모빌리티 합작회사 ‘우티’를 본격 출범시킨다. 타다를 서비스하는 쏘카도 지난해 말 유치한 투자금 600억원을 무기로 가맹 택시 사업을 본격 시작하며 택시 기사 확보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다.
◇카카오, 택시 유료 멤버십 출시
카카오모빌리티는 16일 자사 택시 호출앱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 전용으로 월 9만9000원짜리 ‘프로 멤버십’을 출시했다. 멤버십에 가입한 택시 기사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의 고객 호출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핵심이다. 예컨대 멤버십 가입 기사가 ‘서울 강남구’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주변에서 강남행 호출을 해당 기사에게만 먼저 띄워 주는 식이다.
하지만 택시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가입하지 않으면 호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16일 성명을 내고 “카카오가 기사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횡포”라며 “카카오T 호출 거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호출을 배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카카오T는 이전처럼 무료로 쓰고, 유료 회원은 일부 프리미엄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초 타다·우버·마카롱택시 등 경쟁 업체 택시 사업자에게 카카오T앱을 통해 호출받으려면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내라고 통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차량 호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경쟁 업체들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경쟁 업체들이 카카오의 호출 네트워크를 공짜로 활용해 성장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노림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승객이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는데, 다른 브랜드의 택시가 와서 난데없이 카카오 대신 자기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 후발 사업자, “카카오 제안 받아들이기 힘들다”
카카오의 통보를 받은 후발 업체들은 난감한 처지다. 카카오 요구를 받아들이자니 수수료 부담이 생기고, 거절하자니 카카오T를 함께 이용하면서 호출을 받던 기사들이 이탈할까 우려되는 것이다. 한 후발 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택시 기사들에게 타사 앱을 되도록이면 이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버와 타다는 카카오보다 저렴한 수수료, 즉시 배차, 구독형 모델 등을 앞세워 카카오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우버는 공격적인 할인으로 점유율을 늘린다는 목표다. 우버 택시를 처음 타는 승객에게는 거리에 따라 최대 1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우버는 내달 티맵모빌리티와의 합작법인 ‘우티'를 출범시킨다. 이를 통해 티맵모빌리티가 추진하는 택시·렌터카·전동킥보드를 월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묶음형 서비스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가맹 택시 사업을 시작한 타다는 승차 거부 없는 바로 배차, 기사 수수료 면제 등으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