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일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 중단됐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 화재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르네사스는 전 세계 차량 반도체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NXP(21%), 독일 인피니온(19%)에 이어 셋째로 큰 업체다.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나카공장 전경. 지난 19일 이 공장 N3동 1층에서 불이 나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트위터 캡처

르네사스는 20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19일 오전 2시 47분에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 있는 나카공장 N3동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나카공장은 이 회사의 최첨단 제품인 300mm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주력 생산 기지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화재가 일어난 N3동은 주로 자동차 주행을 제어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르네사스 측은 “현재 300mm 웨이퍼 생산은 전면 중단됐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와 생산 중단에 따른 영향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르네사스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반도체 생산 장치에 과전류 현상이 발생, 일부 내열성이 낮은 부품에 불이 붙으며 시작됐다. N3동 1층 클린룸 전체(1만2000㎡)의 5%에 해당하는 600㎡가 피해를 입었고, 이곳에 있는 제품 생산 설비 11대(전체의 2%)가 불에 탔다.

이번 화재 전에도 반도체 수급난에 골머리를 앓던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초비상이다. 올해 초부터 미국 한파와 대만 가뭄, 일본 지진 등 자연재해로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잇달아 중단하면서, 도요타·포드·한국GM 등 완성차 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르네사스의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부품 부족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감산 사태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