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가전제품으로 꼽히는 무선 이어폰 시장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무선 이어폰 출하량은 지난해(3억대)보다 76.7% 늘어난 5억30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약 13억대 생산)에 비해서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잠재 수요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 역성장했지만, 무선 이어폰은 폭발적 증가
2016년 100만대 규모에 불과했던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19년 1억700만대로 폭증했다. 3년 만에 100배 이상 커진 셈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역(逆)성장했지만, 무선 이어폰 시장은 오히려 늘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값비싼 스마트폰 수요는 줄었지만, 경기 침체기에 저가 제품이 잘 팔리는 ‘립스틱 효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선 이어폰이 더 큰 인기를 끌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무선 이어폰은 우리가 음악, 팟캐스트, 오디오 북 등을 듣는 방법과 장소를 바꾸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집에서 일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선 이어폰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더 흔한 가전제품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럽하우스 등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무선 이어폰 시장 성장에는 긍정적이다.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전략회의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무선 이어폰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스마트폰에서 애플을 추격했듯이 현재 애플이 독점하고 있는 무선 이어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무선 이어폰 시장이 10년 전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쳤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선 이어폰은 애플의 시리, 삼성전자의 빅스비처럼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어 더 큰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에 애플 신제품까지… 올해 5억대 출하 예상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애플이다. 2016년 첫 무선 이어폰 ‘에어팟 1세대’를 출시한 애플은 스마트폰처럼 그 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후 압도적인 시장 1위를 유지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 시장점유율은 52.4%에 달한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6.9%)는 중국 업체 샤오미(8.5%)에 이어 3위다. 삼성전자는 2016년 무선 이어폰 ‘기어 아이콘X’를 출시했지만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샤오미에도 뒤지는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삼성의 적극적인 공략으로 시장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프리미엄급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를 새롭게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갤럭시 버즈 라이브를 출시한 데 이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 버즈 프로의 경우 가격은 23만9800원으로 비슷한 사양의 경쟁 제품 애플 에어팟 프로(32만9000원)보다 1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구매할 경우, 무선 이어폰을 5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마케팅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샤오미도 최근 화려한 핑크색 옵션을 갖춘 무선 이어폰 ‘홍미 에어도트3′를 출시했다. 향상된 오디오 성능과 199위안(약 3만5000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무선 이어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9년 11월 ‘에어팟 프로’를 출시한 이후 무선 이어폰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애플은 조만간 새 제품을 내놓고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신제품은 주변 소음을 제거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제외시켜 가격대가 150달러(약 17만원) 안팎으로 훨씬 낮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