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계 첨단 IT 산업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나와있는 김성민 기자입니다. 요즘 저는 실리콘밸리가 호수 위를 유유히 거니는 오리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수면을 여유 있는 표정으로 가로지르는 오리는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발을 구릅니다.

/코세라

실밸 IT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5G(5세대 이동통신), 빅데이터 기술 안에서 기업들은 좀 더 유용하고, 편리하고, 남들과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뜁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기술과 서비스는 날로 진화합니다. 수많은 기업과 서비스, 기술은 시장의 선택에 따라 죽거나 삽니다. 어떤 것이 ‘넥스트 빅씽(Next Big Thing)’이 될지 예상하긴 쉽지 않죠. 실밸레이더가 깜깜한 불확실성 속에서 아주 작은 성냥불 같은 역할에 나섭니다. 일주일에 1~2회 테크 산업 소식과 주목받는 기업과 스타트업 분석 등을 전해드립니다.

/코세라

☆세계 AI 4대 천왕 중 1명이 만든 ‘코세라’, 뉴욕 증시 상장

최근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대규모 개방형 온라인 강좌(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플랫폼(기반 기술)인 코세라(Coursera) 입니다.

코세라는 지난 3월 5일 뉴욕 증시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SEC(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고, 미국 뉴욕시간으로 31일 상장했습니다. 코세라 주식 주가는 상장 첫날 36% 치솟으며 단숨에 시가총액 59억달러(6조7000억원)를 찍었습니다. 이 기업이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4가지 질문으로 살펴봤습니다.

코세라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듣는 모습. /코세라

◇1Q: 뭐 하는 기업?

코세라는 2012년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세워진 9년차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입니다. 쉽게 말하면 동영상 강좌를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교육 강의 플랫폼이죠. 4600개 이상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스탠퍼드대, 예일대, 런던대 등 150여개의 대학과 구글, 골드만삭스 등 기업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습니다. 코세라를 통하면 온라인으로도 25개 이상의 학위를 딸 수 있습니다. 작년말 기준 코세라에 등록된 학습자 수는 7700만명에 달합니다.

코세라를 설립한 앤드류 응(왼쪽) 교수와 다프네 콜러 교수. /코세라 홈페이지 캡처

코세라는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석학인 앤드류 응 스탠퍼드 교수와 동료인 다프네 콜러 교수가 세웠습니다. 앤드류 응은 얀 르쿤 페이스북 수석 AI과학자,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와 함께 ‘세계 AI(인공지능) 4대 천왕’으로 불립니다.

두 교수는 전 세계 학습자들의 인생을 바꿀만한 명강의를 쉽게 제공해 교육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코세라를 만들었습니다. 코세라 강의의 분량은 짧게는 4~6주, 길게는 4~6개월 과정으로 구성됩니다.

작년 한 해 가장 인기있었던 코세라 강의 넘버 1은 예일대 심리학 교수 로리 산토스 박사가 진행한 ‘웰빙의 과학’ 강의, 넘버 2는 존스홉킨스대 걸리 박사의 ‘코비드-19 접촉자 추적’ 강의, 넘버 3는 미시건대 찰스 러설 세브란스 교수의 ‘모두를 위한 프로그래밍(파이썬 시작하기)’이었습니다.

코세라의 주 수입원은 유료 강의입니다. 360만명의 유료 사용자를 갖고 있고, 포춘 500대 기업의 25%를 포함해 2000여개 조직이 코세라에 학습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합니다.

31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 상장한 코세라. /NYSE

◇2Q: 몸값은 얼마?

코세라는 뉴욕 증시에 1466만주의 새로운 주식과 107만주의 투자자 지분 등 총 1573만주의 보통주를 상장했습니다. 상장 주식 1주당 가격은 33달러로 책정했습니다. 상장을 통해 5억달러(57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조달하게 된 셈입니다. 코세라 주식은 상장하자마자 무섭게 뛰며 하루만에 36%가 올랐습니다. 1주당 33달러였던 주식은 45달러가 됐죠.

코세라는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크게 키운다는 전략입니다. 상장과 동시에 목표 시가총액이던 40억달러(4조5000억원)를 쉽게 돌파했습니다. 31일(현지시각) 기준 코세라의 시가총액은 59억달러(6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작년 10월 시리즈F 펀딩에서 인정받은 24억달러의 가치를 크게 웃도는 것입니다. 그만큼 코세라의 성장성이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입니다.

벌써 자산운용사인 베일리 기포트와 캐피탈 리서치는 1억2500만달러치의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장 주간사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UBS투자은행 입니다.

코세라 /코세라 상장신고서 캡처

◇3Q: 강점은?

전 세계의 뒤덮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세라 성장의 큰 기폭제가 됐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소속원들의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코세라가 제출한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코세라는 2억9351만1000달러(3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59.2% 증가한 수치입니다. 작년 코세라 등록 수강생도 2019년 4640만명보다 65% 늘어난 7660만명이 됐고, 유료 기업 고객 수도 2019년 240개에서 2020년 387개로 늘었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지고, 평생 교육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오면서 코세라는 더욱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세라를 통해 집에서 온라인으로 전문적인 재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세라

코세라에서 강의를 듣고 학위를 딸 때 드는 비용은 실제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만큼 더 접근성이 좋은 것이죠.

코세라 이사회 의장인 앤드류 응 교수는 상장신고서에서 “모든 사람은 평생 학습자가 되어야 하고, 코세라가 그들의 여행을 앞장서서 도울 것”이라며 “온라인 학습은 개인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증진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4개년 코세라 매출과 이익 추이. /코세라 상장신고서 캡처

◇4Q: 약점과 위험요인은?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속적인 적자, 경쟁자들의 등장 등은 위협요인입니다. 코세라는 지금껏 한번도 흑자를 거둔 적이 없습니다. 작년에 큰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적자 폭도 커졌죠. 작년 손실액은 2019년에 비해 43% 증가한 6681만5000달러(750억원)입니다. 마케팅에 1억725만달러(1200억원)를 사용하며 적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몸집이 커지면서 코세라 내부 운영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자들의 대두도 코세라에겐 위협입니다. 코세라와 비슷한 유명 교육 플랫폼에는 하버드와 MIT가 공동으로 세운 ‘에덱스(edX)’, 구글의 세바스찬 스런이 세운 ‘유다시티(Udacity)’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각 대학마다 자체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꾸리고 있습니다.

대학이나 기업이 코세라에 제공하는 강의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몸집을 크게 불렸던 온라인 학습 시장이 코로나 사태 종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폭발 성장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예전보다는 온라인 학습을 많이 하겠지만요.

수많은 비상장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에듀테크 기업들은 코세라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코세라 주식이 상장 후에도 지속적으로 대박을 친다면 다른 기업들도 서서히 기업 공개를 준비할테죠. 일각에서 코세라 상장을 ‘에듀테크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 신호’로 해석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