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2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이 주최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대책 회의에 참석한다.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인텔·AT&T·GM 같은 주요 반도체·통신·자동차 기업 19곳이 참가한다. 한국 기업은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의에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화상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주말에도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반도체 사업부 고위 임원들이 출근해 이번 회의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오는 12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주재로 열리는 반도체 공급 부족 대책 회의에 참석한다. /삼성전자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관련 투자를 이끌어내 자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선 백악관이 미국 내 다수 고객사를 가진 삼성전자에 반도체 투자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하고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해왔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 내 파운드리 추가 건설 계획이 안건으로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백악관 주최 행사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 정부가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자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늘려달라고 삼성전자에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약속할 경우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설비 투자 결정이 더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며 “다만 미·중이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에도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미국에만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