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테크 중심지인 미 실리콘밸리에서 최신 IT 기술 트렌드와 빅테크, 스타트업을 조명하는 ‘실밸레이더’ 입니다. 실밸레이더는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며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벤처캐피털 투자가들을 고정필자로 모셨습니다.
먼저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테크 기업들의 전략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격주에 한번 독자들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의 모임인 ’82스타트업'도 이끌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첫 글은 천재이자 괴짜인 일론 머스크의 저궤도 위성 사업인 ‘스타링크'입니다.
☆AT&T와 버라이즌 떨게하는 일론 머스크의 노림수, 스타링크
미국의 일론 머스크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다. 전기차 사업인 테슬라와 민간 우주선 사업인 스페이스X는 언뜻 보기에 상관성이 없어 보인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우주선에 테슬라를 태워 화성으로 실어 나르고, 화성에 만든 도시에서 테슬라 전기차를 타는 설계를 한다고 하지만 언제 실현 가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사람이 하는 2가지 사업의 연결고리는 뭘까. 그 답은 스타링크에서 찾을 수가 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다. 지구 저궤도(300~1000㎞)에 수많은 소형 인공위성을 배치해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테슬라에 필수적인 통신망
테슬라는 전기차이자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가 학습하며 진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가 한 번 갔던 길을 두 번째 갈 때는, 스스로 그 길을 습득해야 한다. 어느 곳에 사고가 났거나, 도로에 물건이 떨어져 있는 갑작스러운 사건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가 지나간 길을 클라우드 서버에 전달해야 하고, 이를 AI(인공지능)로 학습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이다.
테슬라 자동차는 모두 통신망에 연결돼 있는데,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계속해서 테슬라에 설치하기 위해서다. 알파고와 같이 더욱 똑똑해진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테슬라에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최근 테슬라를 타고 놀랐는데, 예전에 없던 기능이 갑자기 생겼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사람이 걸어가는 것을 인지해 자동차 대시보드에 보여준 것이다. 점차 똑똑해지고 진화하는 셈이다. 통신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동차가 운행 중 사진과 동영상을 계속 찍어서 클라우드 서버에 보내야 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현재 통신회사와 계약을 맺고 테슬라 모든 차에 연결된 통신망 사용료를 내주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 구매 비용에 이 통신비가 포함돼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문제는 테슬라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통신비도 계속 올라간다는 점이다. 또 통신 비용을 한 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주행하는 동안 계속 내야 한다. 이는 비용뿐만 아니라 보안 문제와 직결된다. 더 큰 문제는 통신이 안 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사람 같이 끊임없이 사물을 인지하고 학습해야 한다. 통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에게는 신경이 고장 난 것과 같다. 미국만 봐도 도심을 지나 외곽 지역으로 나가면 통신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통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신국을 지구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으로 하는 것이다. 인공위성으로 통신하면 지역과 나라에 상관이 없다. 이게 스타링크가 하는 사업이다.
◇거대 통신사 노리는 스타링크
인공위성으로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전에도 있었고 현재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다. 반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를 해결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한번 발사됐던 우주선이 바다가 아닌 육지로 착륙하게 만듦으로써 재활용이 가능하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24일 우주선 하나에 143개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공위성을 태워 지구 500km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한 인공위성당 백만달러를 받고 우주로 보내면서 수익을 내는데도 성공한 것이다. 143개 인공위성 중 10개는 스타링크 위성이다. 수익도 내면서 스타링크 인공위성 숫자도 늘린 ‘일거양득’이었다.
현재 스타링크는 일반인 대상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기기 대여값 등을 제외한 순수 월 사용료는 99달러다. 나도 현재 가입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먼저 스타링크를 써본 사람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잘 끊기지 않고 속도도 빠르다. 인터넷 속도는 일반 통신사보다 2배 빠르다. 올해 말에는 초당 300메가비트까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스페이스X 측은 밝혔다.
스타링크 사업이 본격 가동하면서 대형 통신사들은 떨고 있다. 스타링크를 통해 광케이블망이 없는 오지와 낙도, 바다, 사막, 극지방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나중에는 해외여행이나 출장 시 로밍 서비스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스타링크로 전 세계 어디든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통신사가 스타링크 때문에 망하거나 축소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를 스페이스X에서 분사해 IPO(기업공개)를 한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트위터에서 “수익 성장이 예측 가능해질 경우 스타링크를 IPO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는 큰 의미를 가진다. 생소한 민간 우주산업이지만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고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주를 잡는 새로운 회사가 생긴다면 그것은 우주적으로 거대한 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플랫폼을 잡은 회사가 거대한 회사가 되는 건 인터넷 검색을 잡은 구글이나, 전자상거래를 잡은 아마존, SNS를 잡은 페이스북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타링크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