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업무 환경, 오락실에 최신식 기구로 가득 찬 피트니스 센터 같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꿈의 직장’으로 불려온 미국 구글이 오피스(사무실) 재창조에 나섰다. 격리가 가능한 사무실을 개발하고, 회의실 구조도 뜯어 고쳤다. 구글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던 테니스장과 잔디마당은 야외 사무실로 탈바꿈했다. 사무실과 업무 환경을 완전히 바꿔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 모으는 게 목표이다. 지난 1년간 재택근무를 해온 구글은 미국 내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는 9월 사무실을 다시 열 계획이다.

구글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만들어낸 '팀 포드'.사무용 가구를 안에 넣어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사무실을 만들었다 필요에 따라 사무실 전체를 쉽게 재배치할 수 있다./케이스 클리퍼드.뉴욕타임즈

◇격리형 사무실, 칸막이 로봇 도입

지난 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의 사무실은 ‘팀 포드(Team Pod)’라는 1인용 격리 모듈 형태로 만들어진다. 의자와 책상·화이트 보드·사물함이 들어 있고 필요에 따라 쉽게 옮기거나 조립할 수 있다. 불과 몇 시간이면 사무실 전체를 재배치할 수 있다. ‘코로나 걱정 없이 안심하고 출근하라’는 것이다. 급한 회의로 칸막이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풍선 로봇도 시험 가동하고 있다. 이 로봇은 셀로판 풍선을 부풀려 높은 벽을 만들어준다.

모든 좌석에는 자체 공조 시스템과 냉난방 기능이 탑재된다. 의자에 부착하면 백색 소음을 만들어내 외부 소리를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장치도 만들었다. 공용 책상과 모니터는 사원증을 가져다 대면 본인이 사전에 설정해 놓은 높이와 기울기로 바뀐다. ‘캠프파이어’라고 불리는 회의실은 실제 캠프파이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운데 마이크를 기준으로 회의 참석자와 화상 참석자들이 번갈아 둘러 앉는 형태이다. 모니터 화면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대신 옆자리에 배치하면서 마치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극대화했다.

구글의 새로운 회의실인 '캠프 파이어'.모니터를 가운데 두고 마주 보는 대신 동그랗게 둘러 앉는 형태로 화상 참석자들이 마치 함께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회의할 수 있다/케이스 클리퍼드.뉴욕타임즈

주차장과 잔디 구역, 테니스장은 이미 ‘캠프 찰스턴’이라는 야외 사무공간으로 바뀌었다. 와이파이가 전역에서 서비스되고 곳곳에 천막·테이블·의자가 배치돼 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실내에 들어오길 꺼리는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다. 구글은 “런던, 로스앤젤레스, 뮌헨, 뉴욕, 시드니 등 구글 지사에도 야외 사무공간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올해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시험을 거친 뒤 내년 완공될 신사옥에도 신규 오피스를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는 복지 혜택은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한다. 무료로 제공하던 뷔페식 식당은 포장된 테이크 아웃 식당으로, 사무실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아놓던 간식은 개별 포장 제품으로 교체한다. 마사지실과 피트니스 센터는 폐쇄하고, 출퇴근 셔틀버스 운행도 전면 중단한다. 화장실의 세면대와 소변기 숫자도 줄이고, 수도꼭지는 손으로 만질 필요가 없는 센서형으로 교체한다.

구글이 잔디 구역과 테니스장 등을 활용해 만든 야외 사무실‘캠프 찰스턴’.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실내 근무를 꺼리는 직원들을 위해 만들었다. /뉴욕타임스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협업 잘된다”

이메일·화상회의·가상 오피스 등 다양한 기술로 재택근무 시대를 이끌어온 구글은 왜 직원들을 다시 출근시키기 위해 애쓰는 걸까.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더 많은 직원들이 더 좁은 공간에 함께 있어야 좋은 협업이 이뤄진다고 여긴다”면서 “구글의 다양한 복지 혜택도 결국 직원들을 최대한 사무실에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원동력인 자유로운 만남과 토론을 위해서는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아닌 출근이 필수라는 것이다. 영국 BBC는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선호하지만 관리자를 키우거나 새로운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원격으로 하기 힘든 일이 아직 많다”면서 “원격 근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재택근무에 앞장섰던 다른 기업들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달 “협력하고 개발하고, 서로 배울 수 있는 아마존만의 사무실 중심 문화로 복귀하겠다”면서 “가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직원을 사무실에 출근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