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미국에 수십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당초 TSMC는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은 대만 현지에서만 운영할 생각이었으나, 대만의 심각한 가뭄에 바이든 정부의 통 큰 지원책이 맞물려 계획 수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TSMC는 120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 공정의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여기에 추가로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을 갖춘 생산 라인을 5개 증설해 총 6개의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로이터는 “3나노 생산 라인 하나를 구축하는 데만 최대 250억달러(약 28조원)가 든다”고 전했다. 앞서 TSMC는 지난달 1일 “향후 3년간 미국 생산 라인 증설에 1000억달러(약 11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3나노 공정을 건립하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TSMC가 미국 지역 투자를 늘린 것은 또 다른 투자 후보지였던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 측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지만, 당분간은 유럽에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 대해 중국 당국은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매체 왕이닷컴은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한 후 TSMC의 2대 고객사였던 화웨이의 지위가 추락했다”며 “과거 TSMC의 매출 22%를 차지하던 중국 기업의 비중이 올 1분기에 6%로 떨어진 반면 미국의 매출 비중은 70%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TSMC가 중국 난징에 28나노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을 증설하려는 계획을 밝혔다가 일부 애국주의 네티즌과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국수주의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