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분실물 방지용 신제품 '에어태그'/ 애플

애플이 최근 출시한 소형 위치 추적기 ‘에어 태그’가 스토킹·미행과 같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어태그는 500원 동전 크기의 위치 추적 장치로 핸드백·지갑·노트북 등 귀중품이나 반려동물에 붙여두면 무선으로 연결된 아이폰으로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누군가가 이 장치를 다른 사람의 소지품에 몰래 붙일 경우 실시간 동선은 물론 집 주소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테크 칼럼니스트 제프리 파울러는 최근 에어태그를 이용해 직장 동료가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 ‘스토킹 체험기’를 보도했다. 파울러는 1주일 동안 자신의 가방에 동료의 아이폰과 연결된 에어태그를 넣어두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 결과, 직장 동료의 아이폰에 파울러의 위치 정보가 몇 분 단위로 표시됐다. 에어 태그는 본인 아이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폰과도 교신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파울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동료가 내 행방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찾아냈다”며 “집에 머무를 때는 내 집 주소까지 동료 아이폰에 떴다”고 전했다. 그는 “에어태그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새로운 스토킹 수단”이라고 했다.

/애플

문제는 에어태그가 다른 사람 모르게 숨길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고 상대가 어디에 있든 위치를 알 수 있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한 애플도 에어태그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애플은 다른 사람의 에어태그가 근처에 있으면 아이폰과 에어태그를 통해 경고음이 나도록 했다. 파울러도 자신의 아이폰에서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에어태그에서 나는 소리가 새가 지저귀는 정도의 약한 소리였다”며 “게다가 알림 기능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애플은 또 에어태그가 소유자의 아이폰과 3일 이상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경고음이 울리도록 했다. 원격으로 누군가를 스토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72시간 안에 소유자의 아이폰이 에어태그 근처로 돌아오면 경고음은 울리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토커가 스토킹 대상과 가까운 곳에 살 경우 이런 경고음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피해자가 자신의 물건에 다른 사람이 숨겨놓은 에어태그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위치를 추적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독일에서는 에어태그를 해킹하는 데 성공하는 등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애플이 보다 강력한 보안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