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당국이 자국 내 가상 화폐 거래를 원천 봉쇄하는 초강력 규제안을 발표했다. 중국인터넷금융협회·은행업협회·지불청산협회는 지난 18일 “모든 금융 기업과 지불 서비스 제공 업체는 결단코 그 어떤 가상 화폐 관련 활동도 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기면 공안(公安) 조사와 상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회원 기업들에 보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세 협회엔 중국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실상 모든 기업이 속해 있으며, 협회 공문은 강제성을 띤다.

19일 중국의 자국 내 가상 화폐 거래 원천 금지 규제가 알려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에서 폭락세를 보였다./뉴시스

공문은 ‘가상 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삼는 행위와 환전(換錢) 서비스, 그리고 그 어떤 파생 상품도 금지된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자국 내 가상 화폐 거래를 금지했지만, 개인 은행 계좌와 위챗페이 등 간편 결제 시스템을 통한 개인 간 가상 화폐 거래는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 가상 화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그마저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발표가 알려지자 19일 오후 11시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 화폐의 시세는 20~40%씩 폭락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지난 2월 8일 이후 100일 만에 시세 4만달러 선이 붕괴하며 3만 5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 화폐 정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6월 이전 1년간 전 세계 1만 달러(1129만원) 이상 가상 화폐 거래의 90%를 차지한 ‘큰손’이다. 업계에선 “중국인의 손발이 묶이면 가상 화폐 급등 잔치는 끝난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17년 9월 강력한 가상 화폐 규제안을 내놓으며, “중국 내 모든 가상 화폐 거래소는 법정 화폐와 가상 화폐 간 거래를 지원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가상 화폐 시장으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것과 투자 이익을 현금으로 인출하는 것을 다 막아버린 것이다. 중국 가상 화폐 시장은 ‘죽은 시장’으로 전락했다.

獨공장 건설현장 찾은 머스크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인근의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 현장을 방문해 헬멧을 벗으며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후 서서히 가상 화폐 시장에 재등장했다.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바이낸스·후오비 같은 중국 가상 화폐 거래소가 규제를 우회하는 장외 거래소를 개설한 것이다. 장외 거래소는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내가 가진 가상 화폐를 현금으로 바꿔줄 사람을 찾고, 상대방이 내 은행 계좌나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입금해주는 식이다. 거래소가 거래에 개입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다.

현지 가상 화폐 업계에서는 “당국이 이런 회색지대를 정면 겨냥했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이번 공문은 개인 간 가상 화폐 매매 서비스까지 불법으로 분류했다”며 “개인 간 거래에도 사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은행 계좌나 간편 결제가 개인 간 가상 화폐 거래에 동원될 경우 개인 계좌가 동결될 뿐 아니라, 관련 금융기업도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상 화폐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비트파이’는 공문을 받은 당일 “가상 화폐 장외거래에 대한 서비스를 전면 종료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조치는 ‘실제 사용처가 아직 없는 가상 화폐의 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7일(현지 시각) “현재 소액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가상 화폐 거품은 투자 붐이 최고조였던 2017년 말을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발 규제 움직임이 미국·영국 같은 주요국 금융 당국으로 확산할 경우 가상 화폐 시세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상 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실망과 분노로 바뀌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시세 조종성 발언으로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의 시세를 주무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그 표적이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가상 화폐 시장에서는 ‘스톱일론(일론 머스크를 멈춰라)’이라는 코인까지 등장했다. 코인의 개발자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로 가상 화폐 시장을 무책임하게 조작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며 “이 코인으로 조달된 자금은 테슬라 주식을 완전히 통제하고 CEO(일론 머스크)를 해고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코인은 출시와 동시에 시세가 한때 512% 급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