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홍 UCLA 교수

KT는 지난 1월 새해 첫 보도자료로 로보틱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니스 홍(50) UCLA 교수를 자문으로 영입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왜 통신회사에서 로봇 전문가를 영입했을까. 국내 통신사들은 사용자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전통적인 통신산업이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신 이외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게 중요해졌다. KT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잡은 것이 로봇이다.

홍 교수는 최근 본지와 가진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통신산업과 로봇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초저지연(데이터 송신·수신 중 발생하는 시간 지연이 매우 짧은 것)과 같은 5G(5세대 통신) 환경에서 로봇들이 클라우드에 연결되면 막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한 로봇이 습득한 지식을 5G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다른 로봇들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통신을 통해 로봇의 능력이 발전하고, 로봇이 통신의 활용 영역을 확장시켜 주는 것이다. 그는 “통신 산업과 로봇 산업은 이처럼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함께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함께 연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최근 오스트리아 ‘인큐브드 IT’라는 자율주행로봇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통신회사와 로봇회사의 합종연횡은 활발해지고 있다.

홍 교수는 KT가 현재 진행 중인 사업뿐 아니라 로봇 전략 수립에도 관여하고 있다. 홍 교수는 “KT는 현재 호텔에서 칫솔·수건 등을 가져다주는 케어 로봇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 할지 등에 관한 자문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로봇 동향을 업데이트해주고, 주목해야 할 로봇시장을 알려주는 것도 나의 역할”이라고 했다.

KT는 특히 서비스 로봇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송·케어 분야 등에 쓰이는 서비스용 로봇시장은 현재 제조 현장에 투입되는 산업용 로봇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5년이 되면 이런 상황은 뒤바뀔 것이라는 게 로봇 업계의 전망이다. 그때가 되면 배송·의료로봇을 비롯한 전문 서비용 로봇시장은 327억 달러(약 37조원), 엔터테인먼트·케어로봇과 같은 개인서비스용 시장은 148억 달러(16조7000억원)로 커져 산업용 로봇 시장(46조6000억원)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홍 UCLA 교수

홍 교수는 “현재 로봇 연구자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로봇 관련한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을 비롯한 대부분의 로봇은 공장 안에서 딱 정해진 영역에서만 일을 했다. 그곳은 사람들이 근처에 올 수 없도록 펜스가 처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배송로봇, 서빙로봇, 호텔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이 개인의 일상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만큼 안전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우선 로봇이 주변 환경들과 우발적으로 물리적 접촉을 하는 상황을 어떻게 제어할지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또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동선 등을 감안해 로봇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경써야 하죠.”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세계적 석학의 생각은 무엇일까? 홍 교수는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로봇으로 대체되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힘들고 단순반복적인 것”이라며 “로봇 산업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긍정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차가 사라졌지만, 주유소·정비소·자동차보험 등 새로운 산업이 발생한 것과 같은 패러다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국내 로봇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네이버·삼성·LG와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로보티즈, 베어로보틱스 등과 같은 스타트업에서도 로봇산업에 대한 열정적인 연구자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로봇산업은 반도체 등의 뒤를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