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자율주행차 기술 시장을 주도했던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최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율주행 특허 개발과 도로주행 성과에서 부진한데다, 최근 들어 관련 사업부를 정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반면 IT기업에 주도권을 내줬던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기술 개발에 성과를 내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 제친 포드·도요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7일 특허분석업체 페이턴트리절트와 공동으로 전세계 자율주행차 개발 기업 대상으로 관련 특허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미국 포드가 1위, 일본 도요타가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같은 조사에서 1위에 올랐던 구글 웨이모는 3위로 내려갔다. 이어 GM(미국), 스테이트팜뮤추얼오토모빌인슈어런스(미국), 보쉬(독일), 덴소(일본), 혼다(일본), 닛산(일본), 모빌아이(이스라엘)가 뒤를 이었다.닛케이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상위 50위 내 현대차를 포함해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변화는 IT대기업들이 순위권에서 밀려나고, 미국·일본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약진했다는 것이다. 상위 10개사 가운데, 7개사가 전통 자동차 대기업이나 자동차 부품 업체가 차지했다. 도요타와 포드의 유효 특허 건수는 3년 전보다 각각 2.5배씩 늘어난 반면 웨이모는 8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기본적인 주행 기술에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닛케이는 “자동차 대기업이 보유한 차의 기본 성능 관련 특허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과 내는 자동차 메이커들
최근 자율주행 상용화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자동차 기업들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GM은 2019년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123만9000km의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를 했다. 2019년까지 5년 연속 최대 거리를 기록했던 웨이모(101만km)를 크게 따돌린 것이다. GM은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달리는 완전 자율주행 테스트 성과에서도 웨이모보다 앞선다. GM의 자율주행 차량은 같은 기간 지구 둘레(약 4만km)보다 긴 4만5000km를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리는 데 성공했다. GM은 이달 초 오는 2023년부터 두바이에서 최대 4000대의 무인 로보택시를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아르고AI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미국 6개 주에서 시험하고 있고, 올해는 독일 뮌헨에서도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밴 ‘ID.버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일본 혼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고급 세단 ‘레전드’를 출시했다.
반면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했던 IT업체들은 최근 상용화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지난1월 말 자율주행차 개발 자회사인 ATG를 미국 오로라이노베이션에 매각했다. 미국 리프트도 지난 4월 도요타에 자율주행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웨이모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핵심 인력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최고 안전 책임자인 데보라 허즈만이 웨이모를 그만뒀고, 지난 2월 제조 및 부품 공급 책임자인 팀 윌리스도 사임했다 . 지난달엔 존 크래프칙 대표가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