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지속된 올해에도 유니콘 183개(6월 현재 기준)가 세상에 등장했다. 작년과 재작년 같은 기간(상반기)에 등장한 유니콘(각각 40개, 65개)보다 3~4배 많다. 올해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숫자만으로도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로써 전 세계 유니콘은 총 703개가 됐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유니콘이 371개, 중국 유니콘이 138개다. 두 국가가 전 세계 유니콘의 72.4%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은 올해도 유니콘 총 128개를 배출하며 첨단 테크 기업 보유 국가의 위상을 유지했다. 한국은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을 비롯해 유니콘이 총 10개 있다.

올해 유니콘이 많이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시중 자금이 첨단 테크, 전자상거래, 플랫폼(기반 기술) 기업으로 쏠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니콘 상위 10개 중 미국이 6개 차지

지난 2일 글로벌 리서치 회사 CB인사이츠가 공개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최신 현황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유니콘은 소셜미디어(SNS)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다. 2017년 4월 유니콘 기업이 된 바이트댄스는 꾸준히 몸집을 키워 현재 1400억달러(약 156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틱톡 가입자는 올 1월 기준 6억8900만명이다. 바이트댄스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도 운영하는데 이 사용자도 6억명에 달한다.

세계 유니콘 기업 톱 10

2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다. 기업가치가 최근 1년 사이 3배가량 늘어나며 950억달러(약 106조원)가 됐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표적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보다 간편한 시스템과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폭풍 성장하고 있다.

3위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 항공 회사인 스페이스X(740억달러·약 83조원), 4위는 중국의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620억달러·약 69조원)이다. 5위는 코로나 사태 중 몸값이 2배가 된 미국의 장보기 구매 대행 업체 인스타카트(390억달러·약 44조원)다. 앱에서 물건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장을 봐서 집 앞에 가져다주는 서비스인데, 코로나 기간 크게 성장해 올해 뉴욕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6위는 스웨덴의 핀테크 스타트업 클라르나(기업가치 310억달러)가 차지했다. 후불 결제 서비스로, 물건을 살 때 클라르나가 돈을 대신 내주고 사용자가 나중에 갚는 시스템이다. 7위는 총 쏘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미국의 에픽게임즈(290억달러)가 차지했고, 8위엔 미국의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데이터브릭스(280억달러)가 올랐다. 전기 픽업트럭과 전기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개발한 미국의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28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9위를 차지했다.

◇테크 스타트업으로 몰리는 돈

한국 유니콘 중에선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이 기업가치 50억달러(약 6조원)로 몸값이 가장 비싸다. 2위는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 연합체인 옐로모바일(40억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옐로모바일은 경영난에 시달리며 기업가치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3위는 핀테크 업체인 토스(30억달러), 4위는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20억달러), 5위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20억달러)였다. 화장품 업체인 엘엔피코스메틱과 지피클럽, 바이오 기업인 에이프로젠, 숙박 예약 앱인 야놀자,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는 모두 가치 10억달러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한국인 창업자가 세운 기업용 채팅 서비스 스타트업 센드버드와 인공지능 기반 광고 설루션 업체 몰로코 등 2곳이 유니콘에 등극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미국 실리콘밸리에 회사가 있어 CB인사이츠 통계에선 미국 기업으로 분류됐다.

올해 유니콘이 예년보다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인터넷과 플랫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IT 업종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동일한 스타트업들에 5번 이상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예전엔 투자자를 찾느라 수개월씩 걸렸던 투자 유치가 최근엔 며칠 만에 마무리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