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도시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다퉈 유치했던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 서부 지역이 올해로 20년째 가뭄에 시달리면서 서버 냉각을 위해 대규모로 물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다. 미 NBC뉴스는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던 지역들이 가뭄 탓에 냉담해지자 기업들이 새로운 냉각 기술 개발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애리조나주 메사 시의회는 8억달러(9100억원)가 투자되는 데이터센터 개발을 승인했지만 시 정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 데이터센터는 뜨거워진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매일 최대 473만L의 물이 필요하다. 인구 50만명인 메사시에서 1만명의 시민이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젠 도프 메사 부시장은 “현재 우리는 가뭄으로 위험에 처해 있는데, 데이터센터는 무책임하게 물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기 위해 대형 에어컨이나 물을 증발시켜 냉각하는 시스템을 활용한다. 메사시 같은 가뭄 지역에서 데이터센터를 반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각종 문서나 사진, 동영상 등을 클라우드(가상 서버)에 올리는 서비스가 급팽창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작년 말 전 세계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597개로, 2015년의 2배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중 20%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를 얻기 위해 미 서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IT 기업들은 물 사용을 줄일 새로운 냉각법을 연구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서버를 담가 냉각시키고, 바닷속 깊은 곳에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가라앉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인쿨링BV는 열이 가해지면 특수 용액이 기체가 됐다가 다시 액체가 되며 냉각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영국의 스타트업 아이서톱은 뜨거운 서버의 열기를 식히면서 온도는 50도를 유지하는 액체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