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자체 유통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를 추진하면서 삼성전자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LG·애플 동맹이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물론 자사 유통 매장인 삼성 디지털프라자의 가전제품 매출에도 연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다.
LG베스트샵은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전국 400여 개 매장에서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 사실상 판매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 사업 총괄과 가전·스마트폰 사업부 관계자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삼성 내부에서는 전 세계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안방에서까지 아이폰 판매 활로가 확대되면 스마트폰 판매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65%, 애플 20%, LG전자 13% 순이다.
LG와 애플의 동맹은 삼성 입장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변수이다. 올초 LG가 스마트폰 사업 중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LG 고객들이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삼성 스마트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삼성 입장에서는 LG와 애플이 손을 잡으면서 애플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암초를 만난 셈”이라며 “또 애플 제품 선호도가 높은 젊은 고객층이 LG베스트샵에 몰리면서 삼성의 TV·가전 사업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 이동통신 대리점들도 LG·애플 동맹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LG전자가 아이폰을 판매할 경우 중소 유통망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2018년 5월 체결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협회, 동반성장위원회, 삼성전자, LG전자가 공동 서명한 상생 협약서에는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LG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LG전자의 아이폰 판매를 ‘협약 위반’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 중 ‘변동 시 협의 가능' 조항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철수하는 ‘변동’사항이 생긴 만큼 상생 협약 내용을 다시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