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야놀자 대표/야놀자

국내 숙박·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세계 최대 벤처 투자펀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7억달러(약 1조9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국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 가운데 쿠팡(총 30억달러)에 이어 역대 둘째로 큰 규모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에서 최소 10조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야놀자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한 2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야놀자의 최대 주주는 이수진 창업자로 본인과 특수관계자 지분 총 41.62%를 보유하고 있다.

야놀자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여행·레저 업체 중 드물게 흑자를 냈다. 야놀자는 지난해 2019년 대비 매출이 43.8% 늘어난 192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161억원을 거두며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전 세계 170국 2만6000여 고객사를 둔, 클라우드 기반의 객실 예약 관리 시스템 분야를 키우며 단순 숙박 예약 업체가 아닌 IT 서비스 기업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소프트뱅크의 투자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올해 말 증시 상장을 추진해왔던 야놀자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좀 더 몸집을 키운 뒤 쿠팡처럼 미국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이 야놀자의 10배인 공유 숙박업체 에어비앤비의 현 시가총액이 약 100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야놀자가 미 증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번에 인정받은 1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텔 청소부 출신으로 야놀자를 창업한 이수진 대표는 수조원대 자산가로 거듭나게 됐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객실 내부 사진을 앱에서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하며 모텔 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자가 늘며 숙박뿐 아니라 레저·관광 상품 판매로 사업을 확장했다.

야놀자는 투자금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AI를 이용해 여행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숙박·레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수진 대표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여행 수퍼앱’을 운영하는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