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지켜온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출하량 기준) 자리가 위태롭다. 중국 샤오미가 올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오르며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가운데, 애플이 9월 출시할 아이폰 차기작이 아이폰 역사상 최고 히트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시장에서는 샤오미에 밀리고, 수익성에서는 애플과 격차가 더 커지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의 신작 효과가 사라진 삼성전자는 다음 달 가격을 대폭 낮춘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을 출시하며 수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성 턱밑까지 쫓아온 샤오미
16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출하량 기준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7% 점유율로 애플(14%)을 제치고 창사 이래 첫 2위를 차지했다. 1위 삼성전자(19%)와의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샤오미는 지난해 2분기만 해도 10% 점유율로 삼성전자, 화웨이, 애플에 이은 4위에 불과했지만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들며 급성장했다. 샤오미는 특히 화웨이가 강세였던 남미, 아프리카, 서유럽 등에서 약진했다. 전년 동기 대비 남미 시장에서는 300%, 아프리카는 150%, 서유럽에선 50% 성장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샤오미가 세계 2위에 오른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며 “샤오미는 성능을 대폭 향상해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면서 점유율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카날리스는 보고서에서 “이제 샤오미의 다음 목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샤오미의 성장세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샤오미의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무려 83%로 삼성전자(15%)를 압도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인도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샤오미의 영향력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2%포인트에 불과한 삼성전자와 격차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애플이 9월 출시할 아이폰 차기작(가칭 아이폰 13)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최근 협력 업체들에 아이폰13 시리즈의 올해 출하량을 기존 7500만대에서 9000만대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7500만대로 초기 물량을 고정해왔던 애플이 차기작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억2000만대가 팔린 아이폰6를 뛰어넘는 아이폰 역사상 최대 히트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아이폰13이 애플의 두번째 5G(5세대 통신) 스마트폰인 만큼, 첫 5G 제품인 아이폰12로의 교체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대거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애플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아이폰13 가격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이후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려왔다.
◇삼성, 하반기 폴더블 올인
삼성전자는 8월 11일 갤럭시 언팩(unpack·공개) 행사를 열고 좌우로 펼쳐지는 갤럭시Z폴드3와 위아래로 펼쳐지는 갤럭시Z플립3 등 두 종의 폴더블폰을 출시한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를 올해 출시하지 않는 승부수까지 던지면서 사실상 ‘폴더블 올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가격을 각각 전작보다 40만원가량 낮춘 199만원과 128만원으로 책정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폰 가격을 아이폰이나 갤럭시S 시리즈 수준까지 낮춰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560만대에서 올해 172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이 본격적으로 폴더블폰을 내놓기 전에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