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퀄컴과 아마존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로 확보하고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가 양분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치고 들어왔다. 인텔은 앞으로 4년간 공격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해 업계 최고 파운드리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26일(현지시각) 웹캐스트를 통해 인텔의 미세공정 로드맵을 공개했다. 지금껏 공개한 미세공정 계획 중 가장 상세하다. 지난 2월 인텔에서 30여년간 재직하며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았던 팻 겔싱어를 새 CEO로 앉히고, 지난 4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잃었던 기술 리더십을 다시 되찾겠다는 각오다. 목표는 2025년 1.8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뒤쳐졌지만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미세공정 명칭 바꾼 인텔
우선 인텔은 자사의 미세공정 명칭을 바꿨다. 그동안 인텔은 핀펫(22나노공정), 슈퍼핀(10나노) 등의 기술명칭을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나노공정 수준을 알 수 있는 ‘인텔7’ ‘인텔4’ 등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인텔의 슈퍼핀이 TSMC나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봤다. 하지만 이러한 명칭이 파운드리 업계에 혼란을 줬다. 같은 수준의 기술인데 명칭 때문에 TSMC나 삼성전자에 뒤처진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일단 인텔은 현재 10나노 슈퍼핀을 업그레이드한 공정을 인텔7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다. 인텔의 7나노 공정은 인텔4로 숫자를 낮춰 부르기로 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산제이 나타라잔 인텔 수석 부사장은 “이전 미세공정 이름이 다른 회사와 비교하는데 혼란을 준다는 피드백이 있었다”며 “업계의 일관된 용어를 사용해 고객과 관련 업계 모두가 기술 수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세공정 명칭을 바꿨다”고 했다.
◇4년간 5노드 점프 노려
인텔의 미세공정 로드맵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향후 4년간 현재 7나노 수준에서 2나노로 5노드를 점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와 내년 1분기 7나노 수준으로 서버용 칩을 만들고, 2022년 하반기에는 EUV(극자외선) 공정을 본격 도입한 4나노 수준 인텔4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하반기엔 3나노 수준인 인텔3를 도입하며 TSMC와 삼성전자를 빠르게 쫓아가겠다는 전략이다. TSMC와 삼성전자도 2023년 3나노 기반으로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인데 동등한 위치로 올라가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2024년부터 TSMC·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시장 기술 리더십 자리를 놓고 본격 경쟁하겠다는 각오다. 인텔은 이날 10년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트랜지스터 아키텍처인 ‘리본펫’과 업계 최초 후면 전력 공급 방식인 ‘파워비아’를 공개하고, 이를 2나노 수준인 인텔20A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2025년엔 ASML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EUV인 ‘High NA EUV’ 장비를 업계 최초로 구축하고 1.8나노 수준인 인텔18A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팻 겔싱어 CEO는 “인텔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공정 성능 리더십으로 가는 확실한 길을 모색하려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 산제이 나타라잔 인텔 수석 부사장은 “이 모든 것은 공짜로 이뤄질 수 없다”며 “기술 진보를 뒷받침할 대규모 투자를 이미 결정했다”고 했다.
◇퀄컴·아마존 고객사로 확보해 삼성 위협
인텔은 이날 파운드리 고객사로 퀄컴과 아마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4년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2나노 수준인 인텔20A 공정기술로 퀄컴과 협력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패키징 분야에선 아마존웹서비스를 첫 고객으로 확보했다.
인텔이 퀄컴을 미래 고객사로 차지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앞으로 대규모 지각변동이 벌어질 예정이다.
올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5%, 삼성전자 점유율은 17%다. 특히 퀄컴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에 스마트폰 AP인 스냅드래곤의 위탁생산을 맡겨왔는데, 인텔도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시장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애플 물량을 고정적으로 확보한 TSMC보다는 삼성전자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