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T-Mobile의 CEO 마이크 시버트(가운데)가 2021년 2분기 실적 발표를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 2위 통신 기업 T모바일의 가입자 1억명 이상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사실상 T모바일 전체 가입자의 개인 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것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로이터는 15일(현지 시각) “T모바일 가입자 1억명 이상의 개인 정보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해커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T모바일이 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커들은 가입자의 사회보장번호(SSN), 전화번호, 이름, 실거주 주소, 운전면허 정보, 스마트폰 식별 정보 등 통신 가입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SSN과 운전면허는 신분 증명의 기초로 활용되며, 스마트폰 식별번호와 이름이 유출됐다는 것은 해커들이 사용자가 쓰는 스마트폰 기종이 무엇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T모바일의 해킹 피해 사실은 미 IT 전문 매체 바이스(VICE) 마더보드가 같은 날 처음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해커들이 판매를 위해 샘플로 제공한 데이터를 보면 실제 T모바일 고객의 개인 정보가 정확히 적혀 있다. 마더보드는 “데이터 판매자로부터 ‘T모바일 서버 여러 개를 공격해 미국 가입자 전체 데이터를 탈취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해커들이 모이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번에 해킹당한 데이터 중 3000만개의 사회보장번호와 운전면허 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들이 6비트코인(16일 시세 기준 3억30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T모바일 측은 “해커들의 주장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2020년 당시 3위였던 T모바일은 4위 스프린트와 합병하면서 AT&T를 제치고 단숨에 시장 2위로 올라섰다. 올 2분기 기준 가입자는 1억480만명으로 1위 버라이즌(1억5000만명)을 추격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T모바일은 향후 5년간 최대 600억달러(약 7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2억95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5G(5세대) 네트워크를 갖춘다는 계획이었지만 대규모 해킹 사태로 가입자 감소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