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유통의 제왕’ 월마트를 제쳤다.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넘어선 역사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각)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고 중국을 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최대 유통 업체가 됐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이 지난 6월까지 1년간 아마존에서 쇼핑에 지출한 금액이 6100억달러(약 713조원)로, 월마트(5660억달러·약 661조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것이다. NYT는 “아마존은 최근 수십년간 가장 성공적이고 두려웠던 기업을 왕좌에서 끌어내렸다”면서 “이제 사람들은 과자부터 테디베어 인형까지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유통 시장의 최강자 역시 온라인 쇼핑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알리바바에서 팔리는 상품은 연간 1500조원 규모에 이른다.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오프라인 넘어선 온라인
샘 월턴이 1962년 미 아칸소주 벤턴빌에 세운 작은 잡화점에서 시작한 월마트는 식료품과 각종 생활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급속도로 영향력을 넓혔다. ‘누구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물건을 판다’는 월턴의 사업 철학이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공격적인 출점과 인수⋅합병(M&A)으로 1990년대 초반, 1960년대 이후 미국 최고의 소매업체 자리를 지키던 백화점 체인 시어스를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월마트는 27국에서 1만1718매장을 운영하고 미국에서만 22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월마트는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과 전국적인 물류 시스템을 과신한 나머지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집 근처 어디에나 월마트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한 것이다.
반면 1994년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월마트가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전략으로 월마트를 넘어섰다. 하루 만에 현관 앞에 물건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00만명에 이르는 판매자를 유치해 ‘세상의 모든 제품’을 한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또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을 도입하고, 비디오 동영상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을 아마존 사이트에 더 오래 머무르게 했다. NYT는 “아마존에 빠져든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가격이 최저가가 아니어도 다른 곳을 찾아 헤매길 원치 않고, 필요한 것을 가장 빠르게 찾는 방법이 아마존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아마존이 사람들의 습관이 됐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e마케터에 따르면 아마존의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40.4%로 뒤늦게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고 있는 월마트(7.1%)를 압도하고 있다.
◇코로나로 급성장… 예상보다 빠르게 추월
월가에서는 아마존이 2~3년 후에야 월마트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면서 추월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월마트 매출은 지난해 240억달러(약 28조원)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아마존은 무려 2000억달러(약 234조원)가 늘었다. 코로나 사태에 아마존이 신규 고용한 직원만 5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월마트에서 건네받은 것이 왕좌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앞으로 지난 20여 년간 월마트가 받았던 각종 규제와 사회적 비판까지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집어삼키다는 뜻에서 ‘빅 배드 울프(거대한 악한 늑대)’라고 불렸고, 직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노동계의 타깃이 돼 왔다. 아마존 역시 최근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결성에 나서는가 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와 국회에서는 반독점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