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왼쪽)과 자오웨이(오른쪽)./웨이보 캡처

중국 정부가 자국 대표 IT 기업인 알리바바에 투자한 유명 배우를 연예계에서 퇴출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사상과 사생활 문제를 지적했지만, 임기 연장을 노린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富)의 재분배’를 강조하면서 ‘빅테크’를 본보기로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중국 봉황망은 “지난 26일 오후 9시쯤부터 모든 동영상 사이트에서 유명 배우 자오웨이가 출연한 작품 영상들이 모두 사라졌고, 포털 사이트들은 자오웨이의 주요 출연작 소개문과 출연진 소개란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다”고 보도했다. 자오웨이는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중화권 대표 배우로, 영화 ‘적벽대전’ ‘뮬란’ 등을 통해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친숙한 배우다. 중국 인터넷매체 텅쉰망은 “사실상 강제로 은퇴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오웨이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연예계 절친’으로 유명하다. 자오웨이와 싱가포르 사업가인 남편 황유룽은 2014년 말 알리바바의 영화 제작 계열사 알리바바픽처스에 약 31억 홍콩달러(약 4656억원)를 투자해 2대 주주(지분 9.18%)에 올랐다. 또 모친 명의로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 지분(현재 가치 900억원 수준)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마윈 등 재계 친분을 내세워 대형 투자에 수차례 성공하며 ‘여자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공동부유’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 당국이 마윈과 친분을 지렛대 삼아 부를 쌓은 사람들을 본보기 삼아 처벌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당국은 마윈의 고향인 항저우의 정계 1인자 저우장융 당서기가 앤트그룹에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몰래 단행했다는 이유로 긴급체포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국영기업에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서버를 구매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플랫폼들은 국영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테크업체의 ‘미래 먹거리’까지 제한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