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자와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제조업 플랫폼. /조메트리 홈페이지 캡처

상대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제조업이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체들은 제품 샘플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찾느라 전전했다.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우선적으로 소량 만들어주는 생산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체(공급자)와 고객(수요자)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수요 기반) 제조업 플랫폼이 등장하며 제조업이 급변하고 있다. 제조업 플랫폼에 투자가 몰리고 이들 기업의 인수 합병이 활발해지면서 ‘제조업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그는 2006년 제조업 플랫폼 업체 MFG에 투자했다. /AP 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가 찍은 제조업 플랫폼

제조업 플랫폼이란 특정 부품이나 시제품 등을 만들려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도면을 올리고 주문을 넣으면, 단가 비교부터 이를 생산할 제조업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그동안 제조업계에서는 설계가 있어도 실제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제조업 플랫폼이 등장하며 이런 고민이 해결됐다. 제조업 플랫폼을 통해 제작업체들은 기존보다 생산 비용을 10~15%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플랫폼은 연결해주는 제조업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낸다. 이 시장은 현재 태동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조업 플랫폼 시장 규모는 보수적으로 봤을 때 2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급속히 성장해 2030년에는 수십조 규모의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곳이 ‘제조업의 우버’라 불리는 미국의 조메트리(Xometry)다. 2013년 설립된 조메트리는 고객이 홈페이지를 통해 도면 파일과 요청사항을 업로드하면 이를 분석해 적정 견적과 납기일을 결정하고, 5000여 파트너 제조업체 중 가장 적정한 곳을 연결해준다. 제조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로 입소문이 났다. 올 2분기(3~6월) 조메트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한 5058만9000달러(590억원)를 기록했다. 활성 구매자는 2만3942개 업체로 1년 전보다 66% 늘어났다.

제조업 플랫폼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15년전 찍은 산업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부품을 미국의 제조업 플랫폼 업체 MFG를 통해 조달하다가 아예 2006년 이 업체에 투자를 했다.

미국의 제조업 플랫폼 업체 ‘프로토랩스’는 제조업 플랫폼 업체 중 독특하게 자체적으로 대규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의 급한 주문에 맞춰 제품을 제작해준다. /프로토랩스

◇뜨거워진 제조업 플랫폼 시장

이러한 제조업 플랫폼은 3D프린터가 대중화되며 급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조업 플랫폼은 2010년을 전후해 3D 프린터 생산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시작됐다. 현재는 고객의 도면을 3D프린팅으로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나아가 CNC 공작기계, 사출성형, 판금 등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제조업 플랫폼은 문화적 장벽이 낮은 제조업 특성상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업체간 투자와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일본의 제조업 플랫폼 캐디(CADDi)는 7300만달러(852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 세워진 캐디는 최근 1년 사이 주문량이 6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기업가치가 4억5000만달러(5252억원)에 달한다.

올 1월엔 미국의 제조업 플랫폼 프로토랩스가 2억8000만달러(3268억원)를 들여 다른 제조업 플랫폼인 3D허브스를 인수했다. 3D프린팅에 특화된 네덜란드의 쉐이프웨이즈는 지난 5월 뉴욕증시 스팩 상장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 6억달러(7000억원)를 이룰 계획이다.

국내 제조업 플랫폼 업체 에이팀벤처스의 ‘카파(CAPA)’는 제품 개발자와 제조업체가 같은 도면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에이팀벤처스

◇제조업 중심인 국내에도 확산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도 제조업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씨가 대표로 있는 에이팀벤처스가 대표적인 업체다. 에이팀벤처스는 작년 온라인 주문 제조 플랫폼 ‘크리에이터블’을 업그레이드 해, 중간에 플랫폼 업체가 끼지 않고 제작자와 생산자가 직접 연결하는 ‘카파(CAPA)’를 출시했다. 현재 국내 2000여개(공정기준) 제조 파트너와 제조 견적 비교와 직접 연결 플랫폼 사업을 진행한다.

메이커허브2.0도 제품 기획자와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업체는 상품 매니저 서비스를 통해 사업성을 진단해주고, 제품 개발기획서를 컨설팅해준다.

정환수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올 3월 ‘제조서비스플랫폼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조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제품 제작을 위한 시장조사, 관리 등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중소 제조업의 고부가가치 실현과 공장없는 제조기업 활성화를 위해 이러한 제조업 플랫폼 서비스를 정부 정책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