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소위 ‘플랫폼 국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IT 플랫폼 기업인 소환과 질타가 많았던 올해 국정감사의 마지막 날은 네이버·카카오 창업자인 이해진·김범수 두 IT 거물이 장식했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란히 소환됐죠. 두 창업자가 나란히 국감장에 선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입니다. 특히 김범수 의장은 한 해 국감에 세 번 출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앞서 정무위·산자중기위·환노위 등 다른 상임위에서 김 의장과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불려나오자, 과방위 몇몇 의원들이 “네이버·카카오 못 불러내면 (주무 상임위인) 과방위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며 두 창업자의 증인 채택을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정작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 일부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발사 현장에 참석하느라 국감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비슷한 사안을 갖고 중복 호출을 한다’는 비판에도 강행했는데, 정작 일부 의원들은 ‘로켓 외유’를 떠난 것이죠.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21. photo@newsis.com

증인대 앞에 선 두 창업자에게는 플랫폼 수수료, 소상공인과 상생 같은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대부분 다른 상임위 국감에서 나왔던 질문이죠. 김 의장은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 중이며, 시간을 좀 더 주시면 발표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앞서 두 차례 국감 출석에서 “수수료를 점차 줄이고 논란이 있는 사업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발언한 것과 달라진 게 없었죠. 해외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해진 창업자도 네이버 서비스에 대해 지적하는 질문에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살펴보겠다” “지적에 공감한다”는 답을 되풀이했습니다. 일부 의원은 넷플릭스 망 사용료 논란, 상생협력기금같이 두 회사와 별로 상관없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한참 이야기한 뒤, 두 창업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장면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 모두 플랫폼 국감을 천명하며 날카로운 지적을 예고했지만, 고장 난 카세트처럼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체면 국감’, ‘기업인 길들이기 국감’이라는 비판만 남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