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있는 전 직원 40명 규모의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최근 입사한 직원들에게 지급할 업무용 노트북을 구매하는 대신 구독하기로 했다. 기업용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 고위드에서 애플 맥북과 LG전자 그램 10여 대를 렌털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트업 특성상 직원 유출입이 잦고 매년 노트북을 교체하려면 부담이 크다”며 “매년 수천만원을 들여 노트북을 일괄 구매하는 것보다 월 3만~11만원씩 구독료를 내고 빌려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고위드

◇스타트업 대상 구독 서비스 인기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기업용 구독 경제가 확산하고 있다. 회사 인프라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직원용 노트북, 구내식당, 간식부터 총무·회계 전문가 같은 관리 인력까지 전부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최고재무책임자(CFO) 같은 특정 분야 임원도 빌려준다.

‘찾아가는 구내식당’ 스타트업 플레이팅은 점심시간마다 스타트업 사무실을 찾아가 식사를 차려준다. 밥상을 차리는 것부터 잔반 수거와 정리까지 모두 도맡아 하고 있다. 점심뿐 아니라 스타트업이 원하면 아침·저녁·행사 등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크래프톤 같은 큰 기업부터 공유 오피스에 입점한 작은 스타트업까지 현재 55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구내식당도 구독 찾아가는 구내식당 스타트업 플레이팅은 별도의 구내식당이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차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크래프톤 등 55곳 기업이 이용 중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간식과 음료 같은 직원 복지용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구독형 커피 스타트업 브라운백커피는 스타트업 사무실에 직원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어준다. 원두 공급, 커피머신 대여·관리 같은 서비스를 전부 제공하는 것이다. 비용은 10명 정도가 사용할 경우 월 3만~4만원이면 된다. 브라운백커피 관계자는 “2년 만에 고객사 1000곳을 돌파했다”고 했다. 스타트업 위펀이 운영하는 간식 관리 서비스 스낵24는 당근마켓·토스·무신사 같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IT대기업까지 1500여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사무실 한편에 편의점처럼 각종 간식을 진열해 놓는데, 간식이 떨어지지 않게 채워준다. 간식 공급가도 편의점보다 최대 20% 저렴하다.

스타트업 구독 서비스

◇CFO도 구독해서 쓴다

기업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사·재무·총무 조직도 구독형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 스타트업 탤런트뱅크는 아예 전문가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중소기업 임원 출신 뿐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까지 3500명의 전문 인력 풀을 갖추고, 원하는 기업에 이들을 단기 파견하는 식이다. 탤런트뱅크의 공장환 대표는 “최근 벤처 투자 액수가 커지고 인수⋅합병이 늘어나면서 재무 관련 인력을 요청하는 스타트업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고용에 대한 부담없이 고급 인력을 필요할 때만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상담용 챗봇, 급여 관리, 인사 관리 같은 구독형 소프트웨어도 요즘 스타트업 업계의 필수 서비스로 꼽힌다. 자비스앤빌런즈가 운영하는 자비스는 법인카드 영수증 처리, 급여 계산, 연말 정산 등을 대행해준다. 채널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챗봇 채널톡은 스타트업의 고객 응대를 24시간 내내 도맡아 하고 있다. 고위드도 노트북 대여뿐 아니라 스타트업 전용 법인카드, 클라우드, 통근용 전동 킥보드 같은 스타트업용 종합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기업형 구독 문화가 점차 퍼져나가면서 그동안 미국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국내 B2B(기업간 거래) 구독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투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