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석권하던 올림푸스·캐논·니콘 등 일본 대표 광학(光學)기업들의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올림푸스는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3% 늘어난 2215억엔(약 2조3600억원), 영업이익은 83% 성장한 486억엔(약 5100억원)을 기록했다. 올림푸스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힘입어 이달 초 “올해 전체 순이익이 전년보다 8배 증가한 1090억엔(약 1조14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이 20%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1919년 창업 이래 최대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둔 것이다.
올림푸스의 호실적은 적자에 허덕이던 기존 카메라 사업을 과감히 접고 신사업인 의료기기에 집중한 덕분이다. 2010년대 초반 투자 실패와 분식회계 스캔들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지만 내시경을 주력으로 한 의료기기 사업만 남기고 대부분의 사업을 정리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올림푸스의 내시경 사업은 전 세계 1위(점유율 75%)다. 회사는 지난해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했고, 이달 초 현미경 사업까지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의료 부문은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올림푸스는 올 들어 시가총액이 3조엔(약 34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세계 디지털 카메라 1·2위 업체인 캐논과 니콘은 카메라 시장 침체에 발목이 잡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업체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매출·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니콘은 올 2~3분기 카메라 사업부 매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줄었고, 캐논도 올 3분기 매출이 2019년보다 4% 감소했다. 고급 디지털 카메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니콘은 실적 부진 끝에 올 초 그룹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2000명의 인원을 감축한 데 이어 일본 내 카메라 공장 2곳의 문을 닫았다. 캐논도 지난 7월 브라질 카메라 공장을 폐쇄했다. 두 회사 모두 쇠락해가는 카메라 시장에서의 경쟁에만 매달려 새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