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 실리콘밸리 빅테크 5곳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곳은 구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본지가 구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올 1년간(1월 4일~12월 17일) 주가 상승률, 누적 매출액·순이익 상승률(올 1~9월 기준)을 비교한 결과, 구글은 올 한 해 주가가 64.2% 오르고 올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1.2%나 증가했다. 누적 매출액 증가율 1위는 지난 10월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45.5%)가 차지했다.
반면 국내 대표 인터넷·게임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1년 전보다 증가한 곳은 카카오가 유일했다. 네이버는 매출이 작년보다 줄었고,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등 국내 게임3사는 매출·순이익·주가 모두 1년 전보다 하락했다.
◇구글은 날고, 아마존은 기었다
구글의 사업이 호조를 보인 것은 클라우드(가상 서버) 사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업계 3위다. 구글의 올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1년 전보다 44.9% 늘어나며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구글은 올 5월 맥락을 파악하는 언어 모델 ‘람다’, 그리고 복잡한 문장과 이미지를 한 번에 인식하는 다중작업 통합모델(MUM)을 선보이며 검색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능을 대거 적용했다. 이는 검색 광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구글에 이어 올해 둘째로 순이익이 많이 늘어난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수요가 증가하며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올 1~9월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4% 증가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모바일 칩셋 ‘M1’ 시리즈가 뛰어난 성능을 보이자 주가 상승에도 탄력이 붙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1년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거뒀다.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은 다른 빅테크 기업보다 비교적 낮지만 클라우드와 윈도11 신제품 등을 통해 탄탄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48.7% 오르며, 시가총액 2조달러(2384조원) 기업이 됐다.
올해 사용자 보호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에 선 메타는 올 1~9월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5% 증가했고, 순이익도 62.2% 늘어났다. 기업 이미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업에서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다.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곳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작년 한 해 코로나 덕분에 큰 폭의 성장을 이뤘지만 올해는 글로벌 공급 부족, 경쟁 심화 등으로 주춤했다. 순이익은 35% 늘어나는 데 그치며 빅테크 5곳 중 최하위였다. 주가는 연초 대비 6.7%밖에 오르지 않았다. 올 7월 아마존은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물러난 후 앤디 제시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테크 업계에선 앤디 제시가 아직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본다.
내년은 빅테크들에 혹독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내년엔 주가 상승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게임 3사는 울상
국내 인터넷·게임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호실적을 올렸다. 카카오는 올해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도, 게임·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6월 자회사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오딘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4개월 동안 기록하면서 게임 매출이 전년의 두 배로 늘었다. 지난 7월에는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는 올해 검색·이커머스·콘텐츠·핀테크 등 전 분야가 고르게 성장하며 순이익이 작년보다 3.2% 늘었다.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영역이 캐시카우(수익원)로 자리 잡았고, 회원 수 2억명을 돌파한 메타버스 플랫폼(제페토)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보했다.
반면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등 ‘게임 3N’은 올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올 초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과금 시스템이 논란이 되면서 이용자들이 3N 게임에서 대거 떠났고, 출시된 신작들도 흥행에 실패했다. 3N의 합친 시가총액은 작년 최고점 대비 28조원가량 증발했다.